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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머더

Bloody Murder

줄리언 시먼스 , 김명남

599쪽, A5, 23,000원

2012년 07월 10일

ISBN. 978-89-324-7192-1

이 도서의 판매처

추리 독자들이 기다려 온 환상의 명저
에드거상 특별상, 평생공로상에 빛나는 추리 소설 역사의 결정판이자 금자탑!


나는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었다. ‘X는 흥미로운 작가인데도 무시되어 온 반면, Y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부풀려졌으니 Y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본문 419페이지)

내 책은 추리 소설에도 부분적으로 문학적 특질이 있다고 보는 시각에서 평을 한 최초의 책이다. 내가 아는 한, 아직까지 유일한 책이기도 하다.(420페이지)


1. 책 소개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사를 다룬 결정판(the definitive history)으로 불리는 명저, 줄리언 시먼스의 『블러디 머더 -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가 김명남 씨의 번역으로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줄리언 시먼스가 최종판임을 공언한 1993년의 제3판을 번역한 것이다. 3세기에 걸친 추리 소설 장르의 생성과 변화, 그 빛나는 성취와 한심한 나락들, 수없이 명멸해 간 작가들의 명암을 저자 특유의 신랄한 문체로 펼쳐 보이고 있다. 

『블러디 머더』는 1972년에 처음 출간된 뒤, 추리 작가와 비평가들의 논의에 준거점 노릇을 해온 책이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의 역사 속에 등장한 작가들과 작품에 대해 어떤 작품은 걸작이고 어떤 작품은 과대평가되었을 뿐이라고 하나하나 짚어 주었다. 이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던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의 출현은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지도를 쥐어 준 것과 같았다. (평가에 불만을 품은 작가들은 그를 추리 작가 협회에서 축출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세부적인 평가에서 설혹 반론들이 제기되었다 할지라도 이는 오히려 저자가 의도한 바였다. 어떤 소설에 대한 시먼스의 비평이 가혹하다면, 그 소설의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찾아내어 반론해야 했다. 사람들은 추리 소설에 대한 담론이 베스트셀러 순위와 인기 투표, 명탐정들에 대한 가십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옛날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블러디 머더』가 지금도 추리 소설의 역사를 다룬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을 바라보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블러디 머더』는 미국 추리 작가 협회가 수여하는 에드거상 특별상을 받았다. 시먼스는 만년에 영국과 미국의 추리 작가 협회 양쪽으로부터 평생 공로상도 받았다. 

시먼스는 이 장르가 가끔은 형식의 제약을 초월하는 뛰어난 소설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고, 이 예외적인 작품들을 선명하게 옹호하는 것만이 추리 소설의 지위를 높이는 길임을 알았다. 좋은 것은 좋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했다. 그 결과 『블러디 머더』는 착실하게 고증된 본격적인 역사책이면서도, 저자 특유의 블랙 유머와 아이러니, 편애와 냉소가 가득한 극히 개성적인 책이 되었다. 

단지 몇 페이지만 넘겨보아도 『블러디 머더』는 저자의 말대로 “읽고, 참조하고, 논쟁하고, 이유 있는 반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쓴 책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추리 독자의 쾌락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포와 코넌 도일, 크리스티와 반 다인, 해밋과 챈들러, 하이스미스와 심농, 90년대 작가들의 경향에 이르기까지 좋다 나쁘다를 숨김 없이 시원하게 이야기해 주는 시먼스와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시먼스가 안내하는 추리 소설 역사의 흥미진진한 개관을 마치고 나면, 부록에 있는 자료들과 목록들은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이것은 원래 원저에 없는 것이지만, 추리 소설 관련 참고 도서가 드문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여 옮긴이가 선정하여 수록한 것으로 추리 소설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줄리언 시먼스부터, 도로시 세이어스, 일본의 에도가와 란포 등이 뽑은 명작 목록들도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역자의 말’은 본문의 내용을 성실하게 되짚어 본 뒤, 책에서 다루지 않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추리 소설의 새로운 경향에 대한 정리를 시도하고 있다. 

참고 도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인명 표기와 작품 제목의 번역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2천여 항목에 이르는 ‘찾아보기’는 이 책을 추리 백과사전으로 활용하는 데 손색이 없다. ‘번역 및 표기 일람’은 원어 제목이나 자주 틀리곤 하는 인명들을 이 책에선 어떻게 번역·표기했나 알파벳순으로 보여 주는 부분이다. 외래어 표기법이 정착되지 않은 시절의 부정확한 표기가 굳어져 지금까지 통용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틀리지 않았던 표기가 최근에 개악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이 그런 오류들을 조금씩 바로잡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 『블러디 머더』의 옮긴이 김명남 인터뷰 (2012.6.18)

(최종 교열을 마친 뒤 옮긴이와 함께, 이 책의 내용과 의의, 번역 과정에서의 소회, 독자에게 줄 수 있는 팁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을유문화사(이하 ‘을유’): 선생님께서는 자연과학 분야의 번역자로 유명하십니다만 이번에 번역하신 책 『블러디 머더』는 추리 소설에 대한 것입니다. 어? 하고 놀라시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 같은데요. 물론 전혀 놀라지 않는 분들도 꽤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웃음) 추리 소설에 대한 선생님의 개인적인 인연, ‘추리 소설을 향한 나의 길’을 먼저 소개해 주시면 어떨까요.

김명남: ‘가장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남겨야 인생이 행복하다’는 금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할까요. 추리 소설은 초등학생일 때 엘러리 퀸의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를 읽고 충격과 감동을 받은 뒤 계속 읽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일본과 북유럽 추리 소설을 많이 읽습니다. 셜록이냐 뤼팽이냐 물으신다면 셜록, 탐정물이냐 경찰물이냐 물으신다면 경찰물, 시대물이냐 현대물이냐 물으신다면 현대물입니다.(웃음) 추리 소설 팬이 된 것에 별다른 이유가 있다고는 할 수 없겠죠. 다만 저는 사고력이 부족해서 범인을 맞힌 적이 한 번도 없고 기억력마저 형편없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도 범인을 모릅니다. 그러니 매번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많은 분이 반론을 제기할 것을 알지만, 누가 뭐래도 저는 추리 소설은 머리를 비우고 적당한 호기심을 유지하며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오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 본업인 자연과학 책보다 권수로는 훨씬 많이 읽는 사태가…

을유: 부록에 실려 있는 오든의 글에도 언급되고 있습니다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정치인이라든가 지식인들이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점입니다. 그건 좋은데, 좋아하는 이유를 그저 머리를 식히기 위해, 골치 아픈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이 책은 당돌하게도, 잠깐 읽고는 잊어 버리면 그만인 추리 소설을 무려 역사적으로 훑어 보고 있습니다. 추리 독자가 추리 소설의 역사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다시 말해 골치 안 아픈 것을 굳이 골치 아프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김명남: 추리 독자가 꼭 추리 소설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 황금기의 여제였다는 사실, 그녀 자신이 괴이한 실종 사건을 겪었다는 사실, 그녀의 경쟁자나 후계자 중에도 여성이 많았고 알고 보면 추리는 여성들이 꽤 휘어잡은 무대였다는 사실, 이런 것을 전혀 몰라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손에서 뗄 수 없이 흥미진진하게 읽힙니다. 그러나 당연히, 이런 사실들을 알면 더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도 150년 추리 소설의 역사에서 미처 몰랐던 흥미로운 작품과 작가를 잔뜩 발굴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이유가 있을까요?

을유: 자 이제 책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옮긴이 해설에 실려 있는 『블러디 머더』의 각 장별 요약 정리는 그보다 충실하고 명쾌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웃음) 시간이 부족한 분들뿐만 아니라 이 책을 잘 음미하고픈 분들도 수시로 참조하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는데요. 그렇지만 이 책의 내용을 전체 몇 줄 정도로 다시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명남: 『블러디 머더』는 150년 추리 소설의 역사를 정리한 연대기이고, 각 시대의 대표 작가들과 걸작들을 빠짐없이 짚은 가이드북이며, 스스로 추리 작가였고 서평가였던 저자가 개인적인 호불호를 노골적으로 밝히면서 찬사나 비난을 바친 비평서입니다. 이미 추리 마니아인 독자에게는 역사서와 해설서의 역할을 하겠고, 가끔 읽지만 마니아로 자처하지 않는 독자에게는 길잡이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저는 ‘어느 추리 소설 중독자의 독서 기록’이라고 부제를 붙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을유: 전설에 의하면 선생님께서 스케줄이 도저히 비지 않아 이 책의 번역 제안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신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앗, 비밀입니까.(웃음) 아니다, 이건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이 책의 어떤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명남: 스케줄도 스케줄이지만, 추리 독자 중에서 고수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아는 터라 저처럼 소박한 독자가 손댔다가 흠을 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웃음) 그러나 이런 책을 번역할 기회가 두 번은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도 이런 책이 앞으로 다시 씌어지기가 어려우니까요. 시먼스는 크리스티의 바통을 이어 영국 추리 작가 클럽 회장을 지냈으니, 1930년대 황금기의 영광을 몸소 체험한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노선의 심리적, 사회적 추리를 적극 지지했습니다. 말 그대로 추리 소설의 역사를 동시대에, 현장에서, 내부자로서 읽어 냈지요. 더구나 저랑 취향이 꽤 비슷하더라고요.(웃음) 다시없을 책이니 번역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추리 소설을 이처럼 종합적으로 소개한 안내서가 현재 없다시피 하다는 점도 동기가 되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가 추리 소설의 사회사적 측면을 분석한 특이한 책 『즐거운 살인』이 절판된 이래, 아주 얇은 가이드북 외에는 정말로 추리 장르 자체에 대한 책이 없습니다.

을유: 『블러디 머더』에서 인상적인 것은 말씀하셨듯 저자가 노골적으로 개인적인 호불호를 드러내고 있는 점입니다. 수없이 많은 작가와 작품에 대해 자기가 보기에 좋다, 또는 형편없다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작가에 대한 평가에서 솔직히 선생님의 의견과는 달라서 위화감을 느끼신 부분은 없었습니까? 한편으론 야, 이건 평소의 내 생각이잖아라며 개인적인 일치를 본 부분도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명남: 제 의견과 다른 부분, 무수히 많습니다.(웃음) 어느 독자나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점이 오히려 재미를 더합니다. 이를테면 저는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코넬 울리치를 좋아하는데요, 시먼스는 뭐라고 평했느냐 하면 ‘플롯은 멜로드라마처럼 한심하고 필치는 칭얼거린다’는군요. 저는 플롯이 대중적이고 필치가 서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웃음) 한편 크리스티와 쌍벽을 이루는 도로시 세이어스를 은근히 깔아뭉갠 대목은 고백컨대 약간 고소했습니다. 세이어스의 『대학제의 밤』은 영어가 워낙 어려워 제가 번번이 시도만 하고 끝맺지 못한 소설인데, 시먼스가 개인적 좌절을 대신 갚아 준 기분이었습니다.

을유: 이 책은 논쟁을 위해 쓴 것이라고 저자도 말하고 있고 실로 추리 소설의 수많은 양상에 대해 일일이 자기 의견을 제출하고 있습니다. 추리 소설의 역사적 상한선, 부모는 누구인가, 장편과 단편, 황금기와 쇠퇴기, 모험소설과 스파이 소설, 폭력과 섹스, 순문학과의 경계 등등 끝이 없습니다만, 이런 논의들 중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선생님께 참신하게 다가왔던 게 있다면 어떤 것이었습니까? 또한 세세한 주장들 아래에 책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장(테제)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김명남: 시먼스의 견해에서 핵심은 이 장르에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놀랍게도 시먼스는 ‘추리 소설은 이른바 순수 문학과는 다르다’고 선언합니다. 추리 소설은 그 목적과 초점 면에서 순수 문학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며, 그러한 본질적 조건 때문에 영원히 조금쯤 ‘흠 있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메그레 시리즈로 유명한 조르주 심농이 제아무리 뛰어난 작가인들 발자크에 비할 수는 없다고 단정하고, 추리 작가 중에서 도스토옙스키처럼 범죄와 처벌의 영적 측면에까지 관심을 둔 사람이 어디 있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시먼스는 ‘추리 소설 중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추리 소설이 대중적 읽을거리라고 해서 죄다 한통속으로 싸잡아서는 안 된다, 그 속에는 걸작도 쓰레기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기 스스로가 대중의 기호를 만족시키려고 애썼던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장르 자체를 진지하게 조망한 비평가였던 시먼스 개인의 입장에서 비롯한 자연스러운 결론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학술적으로야 더 세밀한 구분틀을 논할 수 있겠고, 경계에서 맹활약하는 작가들도 물론 많지만, 저는 기본적으로는 그의 이중적인 시선이 옳다고 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시먼스가 폭력의 노골적인 묘사를 꺼리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요즘 독자는 여간해서는 소설 속 폭력이나 섹스에 놀라지 않지요. 그러나 시먼스가 유달리 진지하게 그런 세태를 경계한 것을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의 문장력으로 서스펜스나 혐오를 조성하는 기예가 오늘날 너무 쉽게 포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을유: 과연 그렇군요. 저 역시, 추리 소설도 소설인 이상 잘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시먼스가, 정작 이 장르 형식을 차용한 순문학 작품들(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든가, 보르헤스, 오스터 등등)을 추리 소설로 보는 문제에 대해서는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상당히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습니다. 마찬가지로 추리 소설의 위신을 높이는 데 노력해 온 저자가, 정작 ‘순수’ 문학과 대중 문학의 구별을 없애고자 하는 시도들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장르의 우열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문제에 화끈한 결론을 원하는 분들은 시먼스의 포지션이 얼핏 복잡해 보인다고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김명남: 시먼스는 순수 문학과 대중 문학의 구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대중 문학 중에서도 일류 작가가 일급 재주를 발휘한 작품은 순수 문학의 걸작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말합니다. 가령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어엿한 범죄 소설가로 정의하고 격찬하지요. 반면에 말씀하신 대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이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추리 형식을 차용해 이른바 순수 문학적 주제를 다룬 작품에는 비판적인데요, 저는 시먼스가 그만큼 열렬한 추리 소설 옹호자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오스터나 에코가 선심이라도 쓰는 듯 추리 소설의 형식을 가져다 쓰면서 ‘추리 소설이 별것이야? 나는 이런 정형화된 형식에 철학적/문학적 주제까지 덧씌울 수 있다고’ 라고 은근히 자랑하는 태도가 못마땅한 것이지요. 그런 작품들은 추리 소설에 대한 영혼 없는 패러디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뉴욕 3부작』을 굉장히 좋아합니다만, 시먼스의 시각에서 다시 읽어 보니 상당히 동의할 대목이 많았습니다. 추리 소설의 설정을 덜렁 가져다 쓰기만 해도 마치 대중 소설과 순수 문학을 접목하는 노력인 양 여겨지는 것은 요즘도 여전하지요. 사실은 죽도 밥도 안 될 때가 더 많지 않을까요?

을유: 번역하시면서 가장 곤란하거나 시간이 걸린 부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반대로 속도도 빨라지고 즐거우셨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명남: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추리 소설 제목을 번역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우리말 번역본이 있다면 쉽지만, 번역본이 없고 저도 못 읽어본 책이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 줄거리라도 찾아서 안 다음에 내용에 걸맞은 제목을 붙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일 어려우면서도 제일 즐거운 부분이었습니다. 번역에 필요하다는 핑계로 여기저기서 걸작 추리 단편을 찾아서 떳떳하게 읽고 앉았으니 즐거울 수밖에요! 문제는 그러다 보니 속도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만…(웃음) 시먼스도 말했듯이, 결국에는 이 책을 통해서 실제 추리 소설들을 읽게 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입니다.

을유: 이제 추리 소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독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셜록 홈스 책도 몇 권 읽었고,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의 소설도 한두 권씩 읽기 시작했고, 최근 누구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는 영화도 보았고… 이런 입문 독자가 『블러디 머더』와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이용하는 법은 스스로 알아 나가야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잘 이용하는 법에 대해 이분께 최소한의 조언을 해주신다면?

김명남: 무엇보다도 이 책에 언급된 소설들을 한두 편이라도 직접 읽어보셔야 합니다! ‘옮긴이의 말’에도 썼듯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책에 소개된 소설들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비록 객관적인 수치는 없지만) 최근 들어 여러 출판사들이 고전과 신작을 망라하는 추리 소설 선집을 내놓으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을 체감합니다. 시먼스가 극찬한 고전적인 작가들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단편의 최고봉이라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 하드보일드의 정수라는 대실 해밋의 다섯 장편(최근 다 나왔습니다), 1930년대의 기수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최근 국내 초역 작품까지 나왔습니다)… 아직 자신의 취향이 없는 분이라면 『블러디 머더』의 5장~11장을 먼저 훑으면서 흥미가 가는 작품을 찾아보시길.

을유: 이 책의 진짜 좋은 점은 추리 독자들이 이 책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아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웃음)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에서 추리 소설 출판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것만큼은! 이라고 바라시는 것이 있다거나.)

김명남: 동감입니다. 화기애애한 대화가 “대실 해밋이 최고야” “레이먼드 챈들러가 최고야” 하다가 급기야 다툼이 된들, 그거야말로 시먼스가 뿌듯해 할 장면입니다. 추리 소설을 펴내는 출판사들에게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웃음) 그러나 소박한 바람이라면, 추리 소설은 시리즈 탐정(주인공)이 등장해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가는 경우가 많으니만큼 애초에 소개할 때 적어도 핵심적인 몇 권을 함께 내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출판사라 어쩔 노릇도 없지만, 저는 요즘도 매일 ‘마르세유 3부작’ 중 1부라는 『토탈 케옵스』를 보면서 2부와 3부는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한숨을 쉽니다. 이런 뻔뻔한 요구가 팬의 특권 아닐까요!

을유: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김명남: 감사합니다.


3. 본문 중에서 

추리 소설은 조직화된 수사력이 등장하기 전까진 쓰일 수 없었다는 생각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지만 실제로는 사실이 아니다. 에드거 앨런 포(1809~1849)가 쓴 최초의 추리 소설들은 스코틀랜드 야드(런던 경찰청)에 수사국이 설립되기 전에, 그리고 미국에서 형태를 불문하고 경찰 제도를 갖춘 도시가 거의 없던 시절에 쓰였다.(48)

포가 추리 소설의 아버지라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은 스스로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부(情婦)가 예술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그녀는 선정성이었다.(59)

요즘 사람들 사이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이 안정되고 차분한 곳이었다는 인상을 주지만,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보기에 그 시대의 초반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차티스트 운동이 기존의 사회 질서를 위협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온 나라가 실제로 무법 공간이었다.(65~66)

도스토옙스키는 어떤 면에서 진정한 범죄 소설가였다. 그도 선정적인 소재에 대한 취향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룬 결과는 일반적인 범죄 소설가들의 성취 혹은 목표를 훌쩍 초월했다.(84)

도일은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다. 직후에 나타난 계승자들의 작품이 대체로 다 잊혔음에도 홈스 소설들만은 생생히 살아남은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훌륭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103)

오늘날 우리가 강조해야 할 점은 지금쯤 마땅히 상투적인 말이 되었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말이다. 지금까지 쓰인 최고의 단편 추리 소설을 스무 편 고른다면, 적어도 대여섯 편은 셜록 홈스 이야기가 되리라는 점이다.(110)

프리먼에게서 우리는 범죄 소설 이외에 다른 종류의 책은 전혀 쓰지 않았고 작가로서의 재능도 변변치 않았던 작가를 처음 만난다.(122)

플롯으로만 판단하더라도 애브너 이야기들은 분명 과대평가되었다.(123)

당시의 비교적 훌륭한 단편 작가들은 다른 일에 대한 기분 전환 삼아 추리에 시선을 돌린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글이 대체로 신선했던 까닭은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었다.(129)

크리스티의 첫 책은 탐정 소설이 오직 순수하고 복잡한 수수께끼로만 여기는 시대, 등장인물들의 운명에 대한 관심은 불필요한 것을 넘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시대를 열어젖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그것은 이른바 황금기의 시작이었다.(141)

1920년대와 1930년대의 거의 모든 영국 작가들과 대부분의 미국 작가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우파였다.(148)

추리 소설은 대단히 쓰기 쉬운 이야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만약 소설가다운 기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면, 즉 수수께끼를 하나 떠올린 뒤에 노골적이고 밋밋한 내러티브로 관련 사건들을 서술하기만 해도 좋다면, 시간과 종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시도하지 않겠는가.(150)

만약 윔지가 역사, 골동품, 음악, 미식 등에 대해 정말로 지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런 문제를 좀 더 참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지식이 있다고 묘사되건만, 그 능력은 입증된다기보다 그저 선언된다. 입증을 시도한 대목에서도 가끔 틀린다.(156)

세이어스의 박식함은 결함이 있었던 데 비해, 반 다인의 박식함은 적어도 예술, 회화, 음악, 비교 종교학 주제에서만큼은 진짜였다.(158~159)

크로프츠는 스코틀랜드 야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경찰 업무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철도 시간표를 상세히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161)

황금기 작가들은 탐정 소설을 하나의 완벽한 메커니즘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 밖의 거의 모든 요소들을 희생했다. 그들은 희생자나 살인자의 운명에 대해 조금이라도 혼란스럽게 느끼고 싶지 않았으므로 모든 인물들이 속 빈 강정이기를 바랐던 독자들의 입맛에 영합했다. 그처럼 현실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글은 결국 하찮아진다.(185)

형식과 언어는 혁신적이었으나, 해밋은 정통 탐정 소설의 수수께끼 요소를 간직했다. 누가 골목길에서 스페이드의 파트너인 마일스 아처에게 총을 쐈을까? 누가 차이나 스트리트에서 테일러 헨리를 죽였을까? 누가 그림자 없는 사나이인 클라이드 와이넌트를 사라지게 만들었을까? 이런 문제들은 정통 탐정 소설 못지않게 교묘하게 구성되었으나, 해밋의 최고작들에서는 이것이 흥미의 시작일 뿐 마지막은 아니다.(196)

해밋과 챈들러를 비교해 보라는 필연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챈들러가 2등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204)

필립 말로는 뒤로 갈수록 작가의 소망이 투영된 인물로 보인다.(205)

메그레 시리즈는 범죄 문학에서 외따로 서 있다. 이 분야의 다른 작품들과는 거의 아무 관련이 없다.(212~213)

엘린의 재능이 최고로 발휘된 것은 역시 단편이었다. 그가 단편 추리 소설에 되돌려 준 훌륭한 덕목은 상상력이었다.(246)

비커스는 보통 범죄의 배경을 제공하고, 범행이 일어나는 것도 보여준 뒤, 우연한 발견에 의해 범죄자의 꼬리가 밟히는 것을 보여 주는 기법을 썼다. 이른바 도서 추리 패턴을 따른 셈이었지만, 그 발명가보다 더 유연하고 세련되게 기법을 사용했다. 또한 비커스의 이야기들은 거의 모두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원조의 작품들보다 나았다.(248)

인물과 플롯을 가장 성공적으로 융합한 작가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다. 그녀는 현역 범죄 소설가들 가운데 제일 중요한 작가이다.(257)

해밋, 챈들러, 로스 맥도널드. 이들로써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의 직계는 사실상 끊어졌다.(270)

가장 역겹고 심란한 점은 마이크 해머가 영웅이라는 사실이다.(317)

어셴든 이야기는 몸의 단편들 중 최고이고, 아일스의 작품이 추리 소설에 미쳤던 것과 비슷한 영향력을 스파이 소설의 발달에 미쳤다. (344)

그린은 스릴러를 변호했다. 일각에서 마치 선심을 쓰듯 그 형식을 인정하는 태도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몇몇 책들을 ‘오락’이라고 이름 붙인 데는 약간 방어적인 측면이 있다. 그 책들이 진지하지 않다는 뜻일까? 아니면 다른 책들은 오락이 아니라는 뜻일까? 어느 경우든 그런 구분은 그가 반대했던 속물주의를 오히려 영속시킬 뿐이다.(348)

미국에서는 본드 시리즈가 처음에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본드는 복지 국가의 안티테제라 할 수 있는데, 미국이 그런 복지 국가가 아니었던 것이 한 요인이었다.(350~351)

왜 캐드펠 수사에 대해 쓰지 않았느냐고? 그것은 내가 세 권을 시도했으나 한 권도 끝까지 읽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세라는 배경은 피상적이고, 대사는 평범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인물들은 지루하리만치 따분하다.(382)

돈줄이 되어 줄 뿐 아니라 로스 맥도널드처럼 문학적으로도 호평받는 자국(自國)의 재능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미국 출판사들의 집념이야말로 엘모어 레너드가 뜨고 또 뜨는 이유이다.(395)

내가 엘로이와 박스를 자세히 살펴본 까닭은, 그들이 “미국은 곧 폭력” 분파에서 가장 칭찬받는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 줄마다, 매 쪽마다 너무나 형편없는 작가이다.(403)

해리스의 역겨움은 그가 사이코패스적 살인마이자 정신과 의사인 한니발 렉터 박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역력히 드러난다.(404)

에코가 살인과 수사를 다루는 태도는 보르헤스와 마찬가지로 흡사 어른이 아이들의 놀이를 함께하는 듯한 너그러움이 엿보인다.(414)

『뉴욕 3부작』은『장미의 이름』이나 보르헤스의 어떤 이야기들보다 추리 소설 형식에 가깝다. 하지만 그 자기만족적인 방식은 상당히 불쾌하다.(416)

1993년 제3판에 붙이는 서문

프롤로그
1. 추리 소설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그것을 읽는가?
2. 두 개의 가닥: 고드윈, 비도크, 포
3. 디킨스, 콜린스, 가보리오: 패턴을 형성하다
4. 공백기
5. 셜록 홈스 사건
6. 단편: 첫 번째 황금기
7. 장편의 부활
8. 황금기: 1920년대
9. 황금기: 1930년대
10. 미국의 혁명
11. 심농과 메그레
12. “퀸 씨, 당신의 유명한 주인공의 성생활에 대해서 부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런 게 있다면?”
13. 단편의 변형
14. 범죄 소설과 경찰 소설
15. 많이 쓰는 작가와 많이 파는 작가, 진기한 사례와 독자적인 사례
16. 스파이 소설의 짧은 역사
17. 수정 구슬을 재고하다
1990년대에 부치는 추신
원주

부록
탐정 소설 (W. H. 오든)
죄 많은 목사관: 한 중독자의 눈으로 본 탐정 소설 (W. H. 오든)
추리, 미스터리, 호러 걸작 단편집 1권 서문 (도로시 L. 세이어스)
추리 소설 십계명 (로널드 A. 녹스)
줄리언 시먼스의 베스트 100
골드 대거 상 수상작 목록
에드거 상 수상작 목록
도로시 L. 세이어스 선정 걸작 단편집
엘러리 퀸의 골든 더즌
에도가와 란포 선정 걸작 단편집
줄리언 시먼스의 걸작 단편집

옮긴이의 말
번역 및 표기 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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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줄리언 시먼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시먼스는 영국이 낳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추리 작가 중 한 명이다. 1912년 런던에서 러시아계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난 시먼스는 14세 때 학교를 그만둔 뒤 타이피스트, 사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20대부터 시인으로 활동했다. 첫 시집 『X에 관한 혼동』은 1938년에 발간되었다. 트로츠키주의자였던 그는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할 생각이 없었으나 결국 징집되어 부상으로 제대할 때까지 2년간 복무했다. 1945년 첫 번째 추리 장편인 『비실체적 살인 사건』을 발표했고, 1947년부터는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시먼스는 시인이자 추리 작가이며 영문학사가이자 전기 작가로서, 사회사와 전쟁사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80편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이중 가장 그를 유명하게 한 것은 역시 30여 권의 추리 소설들이며,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추리 소설의 역사를 다룬 이 책 『블러디 머더』(1972, 개정판 1993)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블러디 머더』는 지금도 추리 소설의 역사를 다룬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작가와 독자들에게 끼친 영향을 감안하면 아마 추리 소설의 역사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몇 권의 책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을 바라보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시먼스는 이 장르가 가끔은 형식의 제약을 초월하는 뛰어난 소설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고, 이 예외적인 작품들을 선명하게 옹호하는 것만이 추리 소설의 지위를 높이는 길임을 알았다. 좋은 것은 좋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했다. 그 결과 『블러디 머더』는 착실하게 고증된 본격적인 역사책이면서도, 저자 특유의 블랙 유머와 아이러니, 편애와 냉소가 가득한 극히 개성적인 책이 되었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가 크리스티에게 사용했던 표현을 빌려 말한다면, “이처럼 여러 장점들이 정확하게 조합된 경우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먼스는 『살인의 색깔』(1957)로 골드 대거상을, 『범죄의 진행』(1960)으로 에드거상을 받았다. 이 책 『블러디 머더』에는 에드거 특별상이 수여되었다. 시먼스의 소설들의 특징은 무표정한 얼굴들 이면의 폭력을 탁월한 솜씨로 보여 주는 것이었다. 1982년에는 미국 추리 작가 협회로부터 그랜드 마스터상을, 1990년에는 영국 추리 작가 협회로부터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대거상(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영국 범죄 소설의 대사제’로 불렸던 시먼스는 1994년 켄트에서 타계했다. 그 해에도 신작을 출간할 정도로 식지 않는 창작열을 보였다.

역자

김명남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 팀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지울 수 없는 흔적』,『프랜시스 크릭』,『시크릿 하우스』,『이보디보』,『불편한 진실』,『특이점이 온다』,『밈』,『지상 최대의 쇼』,『내 안의 물고기』,『식품 진단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