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홀로코스트
역사상 최악의 범죄 홀로코스트,
그 전모를 드러내는 입문서이자, 역사적 정신적 배경까지 사유하는 책!
홀로코스트에 관한 최고의 권위자의 한 사람인 영국의 역사가 로버트 S. 위스트리치가 일반 독자들을 위해 집필한 입문서이다. 홀로코스트에 관한 사실적인 내용들은 이미 상당히 밝혀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이나 합리적인 판단이 도외시된 이 학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는 혼란을 느끼게 되며, 이 사건이 여전히 역사의 블랙홀임을 알게 된다. 왜 나치 국가는, 전쟁 기간에 그 많은 곤란과 비용을 무릅쓰면서까지, 유대인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박멸하려고 애쓴 것일까?
이 질문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왔으며 여러 가지 답변의 시도가 있어 왔다. 위스트리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당시의 정신적인 상황과 사회 풍조, 히틀러와 나치당의 기이한 세계관, 마지막 순간까지 유대인의 운명을 수수방관했던 국제 질서 등을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려 주고 있다.
수많은 역사가들이 여기에 매달리고 있지만, 홀로코스트의 전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홀로코스트의 기본적인 실상은 이미 파악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홀로코스트가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홀로코스트가 저질러진 지 거의 두 세대를 지나고 있는데도, 이것은 과거 속으로 사라져 가기는커녕 그 관심이 오히려 늘고 있고, 그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도 더 쌓여 갈 추세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경우에도 홀로코스트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적당한 개설서를 찾기란 어렵다. 하물며 국내 독자들이 처한 어려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다행히도 본서는 최근의 연구 경향을 충실하게 반영하여 홀로코스트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그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저자는 홀로코스트 전문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각 장마다 주제를 달리 배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다각도에서 그 전모에 쉽게 다가서도록 배려하고 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많은 역사가들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분석해 왔지만 이토록 세련되게 정제된 책은 없었다.
- 워싱턴 포스트
대부분의 짧은 개론서들이 사실을 지나치게 간소화하면서 왜곡하는 우를 범하지만 이 책은 주요 역사학적 사건들을 매우 공정하고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 라이브러리 저널
이 복잡한 주제에 대한 권위 있는 입문서이자, 동시에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 아마존 독자
- 본문 중에서 -
홀로코스트는, 한 강력한 국가가 체계적이고 치밀한 정책 아래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유대인 전부를 몰살시키고자 했다는 점에서 ? 다른 인종 학살과 비교할 때 ? 그 유례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독일인들은 유럽에서 이러한 극악무도한 목표를 거의 달성하는 듯싶었으나, 군사적으로 패배했기 때문에 결국 그 끔찍스런 마무리를 짓지 못했을 따름이었다.(25페이지)
만약 1933년 이전에 독일어와 독일 문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화한 민족에게 노벨상을 수여한다면, 그 상은 당연히 유대인의 차지가 될 것이다.
(26)
유대인들이 실제로 유일하게 수천 년 동안 생존해 왔다는 그 신비감이 혈통과 종족이 갖는 절대적 진리성을 확인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나치의 인종차별주의는 실제로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내용만 바꾼 것으로, 어쩌면 유대인들에게 불리하게끔 기묘하게 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9)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소련 지역에서 시작되었는데, 독일은 점령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발트해 연안 국가에 살고 있던 유대인 350만 명을 그 최초의 대상자로 삼았다. 거기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그것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것은 나중에 폴란드 학살 수용소에서 비밀리에 시행된 방식인 가스 살인과는 달랐다. 독일군이 소련 깊숙이 진격해 가면서, 유대인 사망자 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라울 힐버그에 따르면, 1943년 말까지 소련 지역 내에서 유대인만 약 2백만 명이 살해당했다. 독일군은 이들 대부분을 마을 근처에 있는 구덩이 에서 총으로 쏴 죽였다. 오로지 소련 지역에서만 훤한 대낮에 독일인과 그들의 부역자들이 비무장 상태였던 유대인 남녀, 어린이 수십만 명을 계속 살해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대량 학살은 누구나 알 수 있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련 정부가 단순한 내용 이상을 공개하는 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평화를 애호하는 소련 시민들’이 나치 침략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은폐하고자 했기 때문이다.(231~232)
저자
로버트 S. 위스트리치
위스트리치는 예루살렘에 소재한 헤브루 대학에서 근대 유럽 및 유대인 역사를 담당하는 노이베르거(Neuberger) 석좌 교수이다. 그는 1945년 카자흐스탄에서 폴란드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치적으로 좌파였던 부모는 유대인 박해를 피해 소련으로 피신했는데, 도리어 소련 비밀경찰에 두 번이나 투옥되었다. 위스트리치 가족은 전후 폴란드와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 정착하였다.
위스트리치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퀸스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1974년 런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학과장을 역임했고, 하버드, 브랜다이스, 그리고 옥스퍼드 대학 등지에서 교환 교수를 지냈다. 근대 유대인과 반유대주의 역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 중의 한 사람인 그는 뛰어난 저서를 많이 남겼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프란츠 요제프 시대 빈의 유대인들The Jews of Vienna in the Age of Franz Joseph』(1989, 오스트리아 국가상) 『사회주의와 유대인Socialism and the Jews』(1982, 비달 사순 국제상), 『반유대주의: 가장 해묵은 증오Antisemitism: The Longest Hatred』(1981, 주이시 쿼털리 윈게이트 문학상 논픽션 부문), 『유대인 혁명가, 마르크스에서 트로츠키까지Revolutionary Jews from Marx to Trotsky』(1976), 『천당과 지옥 사이에서: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의 정체성Between Redemption and Perdition: Antisemitism and Jewish Identity』(1990), 『뮌헨의 주말: 제3제국의 예술, 선전 그리고 테러Weekend in Munich: Art, Propaganda and Terror in the Third Reich』(1996), 『니체: 파시즘의 대부? Nietzsche: Godfather of Fascism?』(2002), 『세계 파괴의 실험실: 중부 유럽의 독일인과 유대인Laboratory for World Destruction: Germans and Jews in Central Europe』(2007) 등이 있다.
그는 ‘국제 가톨릭 및 유대인 역사 문제 공동 위원회’의 위촉으로, 교황 피우스 12세의 전시 행적을 2년간 조사한 6명의 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문학 및 예술 잡지의 편집에도 재능을 보였던 위스트리치는 절찬을 받은 영국 TV 다큐멘터리 『가장 해묵은 증오』와 『히틀러 씨 안녕하세요Good Morning, Mr. Hitler』(1993) 등의 대본을 쓰고 해설자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역자
송충기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보쿰 소재 루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을 거쳐 현재 공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나치즘에 관한 논문 몇 편이 있으며 저서로는 『세계의 과거사 청산』(공저), 『꿈은 소멸하지 않는다』(공저), 『세계화 시대의 서양 현대사』(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변화의 변증법』, 『옥시덴탈리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