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벨트> 전 편집국장이자 독일의 대표적 문화사가
볼프 슈나이더가 내놓은 『위대한 패배자』의 다음 이야기
명성은 로또다!? 처칠, 니체, 슈만, 괴테, 에디슨?
당신이 알고 있는 승리자의 거짓과 환상을 파헤친 심층적 탐구서
‘천재와 공상가, 범죄자들은 무엇으로 유명해졌을까?’
일률적인 백과사전식 위인 평가를 뒤엎는 승리자에 대한 도발적이고 통쾌한 기록문
이 책은 “역사를 비틀어 버린 천재와 공상가, 범죄자들은 무엇으로 유명해졌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모차르트 같은 천재, 히틀러 같은 범죄자, 마르크스 같은 공상가, 콜럼버스 같은 모험가까지 문학과 예술, 정치와 전쟁, 과학과 사상 등에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 인류사의 거인들의 면면을 뒤집어 본 환상적인 파노라마이자 좀 더 솔직한 승리자의 문화사이다. 칭기즈 칸이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환경과 우연으로 극히 운이 좋았던 ‘위대하지 않은 유명인’에서 넬슨이나 니체처럼 질병과 광기로 혹독한 대가를 치룬 ‘위대한 유명인’까지 추적하며, 명성 뒤에 가려진 인물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그 역사적 명암을 재구성했다.
지은이는 위인, 천재, 성공, 명성에 관한 연구서와 여러 역사 인물을 동시에 다룬 역사서, 전기, 기념 논문, 공연과 박물관의 자료 등 방대한 문헌을 추적하여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사실들을 생생하게 재발견해 낸다. 현대적인 화장술과 성형수술의 성공적인 수혜자 가르보와 마릴린 먼로, 에디슨보다 25년 전에 이미 발명된 전구 이야기, 자신이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믿지 않은 아메리카의 세 번째 발견자 콜럼버스, 널리 알려진 최초의 벤츠 삼륜차보다 백여 년 전에 이미 발명된 자동차의 역사, 전기 작가들도 인정한 지독한 전쟁 애호가 처칠, 주변 사람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마치 제 돈인 양 꺼내 쓴 뻔뻔이 마르크스, 도박 빚을 갚기 위해서 밤낮으로 작품 활동에 몰입한 도스토옙스키, 독재자들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한 보르헤스 등 인간 승리의 문화사는 상식의 궤를 벗어나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보여 준다.
나폴레옹, 베토벤 같은 인물은 어떻게 위인이 되었을까? 어떤 재능과 성격에 어떤 환경과 우연이 따라주어야 했을까? 위업을 달성한 이들 중에는 신들린 사람과 역겨운 사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왜 그리 많은 것일까? 이 경주에서 수상자를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또 우리는 정말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경탄을 보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그럴싸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을까?
지은이는“명성이 어차피 로토와 다름없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로 역사가와 비평가, 편찬 위원들의 작위적이고 우연적인 결정을 깨부수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역사상의 ‘명성 평가단’이 선정, 기록한 승자의 역사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그동안 복종과 경탄의 욕구로 과대 포장된 사건들의 진실과 이면을 파헤쳤다. 객관적인 재평가를 위한 노력 외에 솔직한 사적 평가도 등장시켰고, 종전의 역사적 사실을 뒤집는 통쾌한 이야기도 추가했다.
토마스 만이 “괴테와 함께 독일어를 완성시킨 사람”이라고 칭했던 이 사람이 거리에서 재찍질을 당하는 말을 껴안고 “형제”라고 말했는지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정신 병원으로 가기 직전에 팔꿈치로 피아노를 치고, 친구들 앞에서 알몸으로 춤을 춘 것에 대해선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그 누이는 그가 철학자로서의 명성이 높아지자 새로 구한 집으로 옮겨서 사람들을 위해 전시해 놓았다. 한때 니체라고 불렸던 폐인의 난처한 이야기다. 이처럼 천재성과 정신질환, 투명한 정신과 광기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없다.
사소한 부분까지 오만했던 베토벤의 실제 모습도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베토벤은 하인을 때렸고, 식당 종업원의 얼굴에 음식을 집어던졌으며, 산책하다가 황후 일행을 만났을 때는 얼굴을 찌푸렸고, 자신의 악보에 불평을 털어놓는 음악가에게는 이렇게 호통 쳤다. “ 그 한심한 친구는 내게 음악의 신이 내릴 때 내가 그 친구 바이올린 파트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믿나 보지?””
또한 아프리카 원정길에서 용인술에 능한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인 카이사르의 이야기는 지금의 코미디언 못지않게 우리를 웃게 만든다. “기원전 47년 아프리카 땅에 내렸을 때 카이사르는 실수로 발이 꼬여 그만 땅바닥에 쓰러졌다. 순간 그는 위험을 인식했다. 부하들이 자신의 이 모습을 나쁜 징조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는 위험이었다. 그는 넘어진 채로 흙을 움켜쥐고 일어나서는 소리쳤다. “아프리카, 내가 드디어 너를 붙잡았구나!””
글쓴이 특유의 깊은 통찰력과 남다른 직관이 돋보이도록 단순한 인물별 평가를 넘어 주제별로 해당 인물을 배치하고 키워드를 정리하여 의미적으로 연관된 사건들을 나란히 배열하였다. 역설과 모순으로 가득 찬 위인의 생애와 개인사를 이해할 수 있는 인상적인 일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였다. 또한 별도 지면에서 ‘남성이 선택한 여자들’ ‘미국은 어떤 대통령을 원할까?’ ‘어린 나이에 올린 최고의 성과’ ‘고령의 최고 성과’ ‘백과사전의 위인들’ ‘올해의 인물들’ 등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위인의 역사가 단편적인 사실의 묶음에 불과하기보다는 엄청난 사람들과 계기, 원인, 우연이 어지럽게 뒤엉켜 발생한다는 데 주목하였다. "우리는 진짜가 뭔지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때는 진짜를 알 수 있는데도 가짜를 숭배하기도 한다. 에피쿠로스는 호색한이 아니었고, 조제프 기요탱은 박애주의자로 프랑스 혁명 당시 기요틴(단두대)을 만들지도 발명하지도 않았다. 또한 찰스 린드버그는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사가 아니었고, 피타고라스 정리는 피타고라스에서 유래하지 않았으며, 호메로스라는 탁월한 인물도 실체가 모호하다"고 밝힌다.
위대한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우리가 때로는 비굴한 경외심으로 축성한 인물들을 우리의 개인 법정으로 소환하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은이는“일찍이 위대한 사람들도 우리에게 그 선례를 보여 주었다. 보들레르는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 볼테르를 “멍청이들의 왕”이라 칭했고,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헤겔이 “뒤죽박죽 엉터리” 철학으로 유명해졌다고 그의 인간 오성론에 의심을 품었다. 베르디는 모차르트를 조롱했고, 니체는 바그너를, 톨스토이는 셰익스피어를 비웃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교과서와 백과사전이 주입한 통념에서 벗어나 재능은 특출했지만 이름 없이 세상을 떠난 위대한 무명인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침략을 포기한 모든 위정자와, 기회가 있었음에도 최고의 직위를 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지은이는 이 책의 의도가 “우리가 예찬해야 할 인물이 누구이고, 그 인물을 어떤 사람으로 묘사할지 결정하는 그 골방 안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한 인물이 전쟁터나 첫 공연의 무대를 거쳐 백과사전이나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걸어갔던 길을 생생하게 추적하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한 페이지도 지루하지 않은 정말 놀랍도록 풍부한 내용과 깊이를 담은 책이다.
-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아주 익살스러운 방식으로 위대한 인물들에게 행운과 우연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야기한다.
- 아마존 독일
급격한 인식의 전환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엄청난 양의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슈나이더는 이런 장르
의 진정한 대가이다.
- 라인 메르쿠어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면면을 뒤집어 본 승리자에 대한 솔직한 문화사. 백과사전식 위인 평가를 거부함과 동시에 명성 뒤에 가려진 인물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역사적 명암을 재구성했다. 위인들은 위대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환경과 우연과 운의 결합으로 존경받는다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 MBC 뉴스 2011. 08. 25
동영상 : http://imnews.imbc.com/replay/nwtoday/article/2913474_57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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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역사의 승자들을 새로운 통찰력과 직관으로 되짚어본다. 진짜와 허상, 실제와 소문 사이를 꿰뚫으며 침략을 포기한 위정자나 최고의 직위를 노리지 않은 사람 등 만들어진 유명인이 아닌 진짜 승리자들, 위대한 무명인들을 불러온다.
- KBS 뉴스 2011. 08. 29
동영상 : http://news.kbs.co.kr/culture/2011/08/29/23476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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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역사 속 우상들을 심판대에 올려놨다. 독일 '슈테른' 편집장을 지냈던 볼프 슈나이더는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은 명성의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작곡가 바흐, 나폴레옹, 루소 같은 역사적 인물들의 이중성을 파헤친다.
- SBS 뉴스 2011. 08. 29
동영상 :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977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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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의 주필을 지낸 저자 볼프 슈나이더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6년 전 나왔던 『위대한 패배자』(을유문화사) 때문인데, 그 새 21쇄를 찍었으니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무슨 매력 때문일까? 최후의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에 대한 은근한 반작용이 아닐까? 볼프에 따르면 “그나마 세상이 참을만한 건 위대했으나 패배했던 이들의 주는 울림 때문이다.”
1876년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에 5년 앞서 특허를 땄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안토니오 메우치는 ‘명성을 도둑질 당한’ 케이스이고,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작품 한 점 못 팔았던 위대한 패배자였다는 식이다.『만들어진 승리자들』은 독일에서 『위대한 패배자』보다 먼저 선보였는데, 우상 파괴의 언어로 가득하다. 우리 시대 문장은 예외 없이 드라이한데, 그는 특유의 현란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역사 인물의 이중성을 여지없이 노출한다. 풍부한 인문 교양과 박람강기(博覽强記)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책의 메시지는 “백과사전 인물정보를 믿지 말라”로 요약된다. 그들은 “명성의 로또에 당첨된 극소수”(659쪽)일 뿐인데, 막상 혐오스러운 유형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테면 작곡가 J S 바흐는 인색한데다가 성격까지 못 됐다. 분류컨대 “나쁜 이웃”(15쪽)이라는 게 저자의 독설이다. 바흐뿐일까? 역사 속의 승리자들은 유리한 환경에 태어나는 등 단지 재수가 좋았거나, 자기 포장 능력이 뛰어난 냉혹한(漢)일 가능성도 크다. 작곡가 모차르트의 경우 집안의 17번째 아이로 태어났는데, 우리시대라면 태어날 기회조차 잡지 못했으리라. 자기포장의 달인은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 그 중 나폴레옹의 경우 유배지에서 『세인트헬레나 회상』을 펴냈는데 자신을 프랑스대혁명 이념의 집행자이자, 휴머니즘의 사도인양 그렸다. 가히 “왜곡이 하늘을 찔렀으나, 사람들은 그걸 믿는다”(557쪽). 어떤 인물들은 치부를 털어놓는 절묘한 방식으로 명성을 얻곤 하는데, 대표선수 감은 『에밀』의 저자인 루소가 그렇다. 그는『참회록』에서 한밤에 성기를 꺼낸 채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수음(手淫) 일화까지 털어놓는 ‘전략적 솔직함’을 선보였다. 철학자 니체의 천재성에도 한번은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니체는 스무 살 무렵 쾰른에서 매독에 걸렸다. 생애 만년 이후 매독은 진행성 마비단계로 발전했는데, 이게 특유의 광기를 낳았다. 오해 마시라. 볼프의 역사인물 뒤집기는 반(反)영웅의 허무주의로 빠지지는 않는다. 니체의 광기는 정상인에게 찾기 힘든 다이아몬드 같은 투명한 정신으로 발전해 최고도의 명료함과 도취의 철학을 낳았다는 평가가 곁들여진다. 무수한 사람과 일화가 등장하기 때문에 ‘뒤집어본 서구문화사’로 읽힌다. 그럼 이 책의 노림수는 무얼까. 허명이거나 우연일 수도 있는 역사적 위인의 무거운 관(棺)을 당신의 머리에 떠메고 다니지 말라는 건 아닐까. 네 스스로가 위대해지고 주어진 삶의 승리자내지 주인공이 되라는 노회한 권고다. 그래서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고급반용 읽을거리가 맞다.
- 중앙일보 20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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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직조공의 아들로 태어난 소년은 신대륙을 발견한 '대양의 대제독'이 됐고, 고아로 의지할 데 없는 가련한 여인은 세기의 '섹스 심벌'이 됐다. 콜럼버스와 마릴린 먼로의 얘기다. 콜럼버스보다 먼저 신대륙을 발견한 이가 있었고, 강렬한 성적 매력을 뽐내는 여배우들은 먼로 말고도 많았다. 그런데 왜 하필 이들만 후대에 길이 남은 상징적 인물이 됐을까. 승자의 그늘에 가려졌던 패배자들을 다룬 <위대한 패배자>의 저자 볼프 슈나이더가 이번에는 승자들의 삶을 파헤쳤다. 백과사전이나 위인 전집에서 익히 보아온 콜럼버스, 나폴레옹, 괴테, 미켈란젤로, 아인슈타인, 니체, 베토벤 등을 재조명했다. 책에는 백과사전 위인들의 사생활과 성향, 특징,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가 세세하게 묘사됐다. 모차르트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는 틀린 음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였고, 파블로 피카소는 생의 마지막 20년 동안 매일 아침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야"라고 외칠 만큼 삶을 괴로워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작만 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끝내지 못할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할리우드 스타 그레타 가르보는 뻣뻣한 몸놀림에 큰 발, 넓은 어깨, 납작한 가슴 때문에 우울해 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들을 평범한 삶으로 끌어내려 흠집을 내려는 의도는 아니다. 책은 그들에게 성과를 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어떤 동기와 운명이 그들을 위인의 경지에 올렸는지, 그리고 그들을 위인의 경지에 올린 이들은 누구였는지, 유명해지기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했는지를 깊숙이 캐낸다. 그 결과 다양한 해석을 끄집어냈다. 가령 베토벤이나 쇼펜하우어는 범인이 경험할 수 없는 가장 깊은 고통을 감내했기 때문에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고, 요한 슈트라우스와 바그너는 활활 타오르는 질투심이 예술적 경지를 높여주는 원동력이 됐으며, 콜럼버스와 나폴레옹처럼 절묘한 때 우연한 기회를 잡은 이들도 있다. 저자는 약하고 보잘것없던 사람들이 오늘날 칭송을 받게 된 것은 주위 환경과 역사적 배경, 우연과 기회가 잘 맞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생각 없이 그들을 칭송하는 세간의 평가에 일침을 가한다. 우리가 아는 위인들의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대중이 원하는 위대한 인물로 시기 적절하게 각색된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 한국일보 201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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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자들의 이름은 교과서와 백과사전에 선명하게 찍혀 있다. 그러나 제목에서드러나듯이, 책의 저자 볼프 슈나이더(86)는 그것을 “만들어진 것”으로 전제한다. “명성은 한 인간의 위대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우리가 그들을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인간의 힘으로는 알 수 없는 삶의 화복과 부침을 인격화하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에 영웅을 만들어내며, 그리하여 마침내 “단순화와 숭배”라는 목적을 이룬다고 진단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명성은 로또와 다름없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드러난다. 결국 “우리 자신의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로 역사가와 비평가, 편찬위원들의 작위적이고 우연적인 결정을 깨부수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우리는 진짜가 뭔지 모를 때가 많다. 어떤 때는 진짜를 알 수 있는데도 가짜를 숭배한다. 에피쿠로스는 호색한이 아니었고, 조제프 기요탱은 박애주의자로 프랑스혁명 당시 단두대를 만들지도 발명하지도 않았다. 찰스 린드버그는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사가 아니었고, 피타고라스 정리는 피타고라스에서 유래하지 않았다.” 저자는 세상의 백과사전들이 ‘위대한 인물’의 조건을 “창조성과 뛰어남, 고결한 정신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판한다. 물론 그 단순함은 현실에서 필연적인 귀결이다. “전투를 승리로 이끈 장군의 공을 수만의 병사와 나누는 것은 백번이라도 공감할 수 있지만, 매번 그들을 언급하는 것은 번거롭고, 그들을 일일이 거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백과사전은 “세계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소수의 제한된 사건과 인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주류 역사학의 기본 전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위대한 인물들의 “추하거나 허황되거나, 독선적이거나 비겁하거나, 뻔뻔하거나 단지 운이 좋았던” 과거사에 대한 추적이 흥미와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는 “우리가 진정 ‘고결한 정신’을 위대함의 조건으로 삼고자 한다면 교과서와 백과사전에서는 대대적인 인물 청소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콜럼버스와 루소, 리하르트 바그너가 고결한 정신의 소유자라고는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조차 믿지 않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인물이 ‘명예의 전당’에서 불려나와 저자의 도마에 오른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은 아내 덕에 유명해졌다. “취리히에서 함께 수학했고 나중에 그의 첫 아내가 된 세르비아 출신의 물리학자 밀레바 마리치가 상대성이론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에도 모든 명성을 포기”한 덕택에 아인슈타인에게로 행운이 쏟아졌다는 얘기다. 또 “전기 충격을 전선으로 보내는 데 성공한 전신기는 1809년 바이에른 왕의 주치의 자무엘 토마스 죄머링이 만들었던 것”이며 “전신기의 발명가라는 영예를 차지한 미국의 새뮤얼 모스는 기껏해야 여섯번째”에 불과했다. 칭기즈칸이나 알렉산더는 “극히 운이 좋았던” 제왕이었을 뿐이고, ‘왈츠의 왕’으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는 “사실은 한번도 왈츠를 추어본 적이 없는 불평가”였을 뿐이다.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와 마릴린 먼로는 “현대적인 화장술과 성형수술의 성공적인 수혜자”였다. 독일의 원로 언론인인 저자는 ‘디 벨트’의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20여권의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그는 어떻게 써야 책이 팔릴지를 탁월하게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책은 첫장부터 흥미롭지만, 또 다른 편견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박종대 옮김.
- 경향신문 20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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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인을 때렸다. 식당 종업원의 얼굴에 음식을 집어던졌다. 산책하다가 황후 일행을 만났을 때는 얼굴을 찌푸렸다. 자신의 악보에 불평을 털어놓는 음악가에게는 이렇게 호통쳤다. "그 한심한 친구는 내게 음악의 신이 내릴 때 내가 자기 바이올린 파트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믿나 보지?' '악성' 베토벤의 '카이사르 망상'은 이렇게 대단했다. 베토벤뿐만 아니다. 작곡가들의 자화자찬은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고리 스트라빈스키는 세계 최고 작곡가를 묻는 질문에 '나'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위대한 음악가는 다 그랬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슈베르트는 이 둘과 달랐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천재성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니체의 표현대로라면 "풀밭에 누워 아이들과 놀면서 자신을 어린아이로 여긴" 거인이었다. 품성이 이렇게 상반된 베토벤과 슈베르트는 어떻게 똑같이 유명해졌을까. 오로지 좋은 음악을 만든 덕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또 우리는 정말 자격이 있는 사람을 우러르고 있는 것일까. 《만들어진 승리자들》의 저자는 세계사에 기록된 '승리자들'의 이면을 파헤친다. 문학과 예술,정치와 전쟁,과학과 사상 등 각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 위인들의 면면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여러 자료를 뒤져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사실들을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현대적인 화장술과 성형수술의 성공적인 수혜자인 그레타 가르보와 마릴린 먼로,에디슨보다 25년 전에 발명된 전구 이야기,자신이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믿지 않았던 아메리카의 세 번째 발견자 콜럼버스,알려진 벤츠의 삼륜차보다 백여년 전에 발명된 자동차의 역사,주변 사람들의 호주머닛돈을 제 돈인 양 꺼내 썼다는 마르크스,도박 빚 때문에 밤낮으로 작품을 썼던 도스토옙스키 등 독선적이거나 비겁하거나 뻔뻔하거나 운이 좋았을 뿐인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위인의 역사가 사실의 묶음에 불과하기보다 특정한 환경과 우연,운이 어지럽게 뒤엉켜 발생한다는 데 주목했다. "진짜가 뭔지 모를 때도 많지만 어떤 때는 진짜를 알 수 있는데 가짜를 숭배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재능은 특출났지만 이름 없이 세상을 떠난 무명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기회가 있었음에도 자리를 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자는 "명성이 어차피 로또와 다름없다면 우리 자신의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로 역사가와 비평가들의 작위적이며 우연적인 결정을 깨부수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 한국경제 2011. 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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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이 '괴테와 함께 독일어를 완성시킨 사람'이라고 칭했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창문을 부수고 다른 환자들을 걷어차고 남의 등을 껑충 뛰어넘고 침대 밑에서 잠을 자고 똥을 먹고 오줌을 마셨다. 바로 실존주의의 선구자이자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으로 평생 정신병원을 오가던 프리드리히 니체(1844~1879)의 숨겨진 모습이다.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을 발견해 세계사의 큰 획을 그은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는 위대한 모험 정신과 도전 정신을 인정받으면서 역사상 위대한 탐험가 중 한 명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는 줄곧 자신이 도착한 곳은 아시아 대륙이라고 주장하면서 죽을 때까지 자신이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 태생의 탐험가 레이프 에이릭손을 비롯한 몇몇 인물이 콜럼버스 이전에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딛기도 했다.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으로 '위대한 패배자'라는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저자는 "월계관을 쓰고 있으면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명성이 어차피 로또와 다름없다면 우리 자신의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로 역사가와 비평가들의 작위적이고 우연적인 결정을 깨부수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위인, 천재, 명성에 관한 연구서와 역사 인물을 다룬 역사서, 전기, 논문, 박물관 자료 등 방대한 문헌을 추적해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사실, 즉 세계사가 기억하는 승리자의 이면을 샅샅이 파헤친다. 인류사를 빛낸 승리자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담은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러 위인이 백과사전이나 교과서에 실리기까지의 과정을 냉철하게 추적하고 있다. 칭기스 칸이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환경과 우연으로 극히 운이 좋았던 위대하지 않은 유명인, 넬슨이나 니체처럼 질병과 광기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위대한 유명인을 재조명하며 명성 뒤에 가려진 인물의 이중성을 고발한다. 저자는 마릴린 먼로와 그레타 가르보가 현대적인 화장술과 성형 수술의 성공적인 수혜자였을 뿐이며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로 기록된 윈스턴 처칠은 실상 지독한 전쟁 애호가였고, 과학적 사회주의를 창시하고 계급에 관계없이 평등한 세상을 주창했던 카를 마르크스는 지인들의 돈을 제 돈인 양 꺼내 쓴 뻔뻔함의 극치였다고 주장한다. 위인들끼리의 평가도 엇갈린다. 보들레르는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 볼테르를 '멍청이들의 왕'이라 칭했고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헤겔이 '뒤죽박죽 엉터리 철학'으로 유명해졌다고 혹평했다. 또 베르디는 모차르트를 조롱했으며 니체는 바그너를, 톨스토이는 셰익스피어를 비웃었다. 저자는 "우리는 수많은 인물이 복잡하게 뒤엉킨 역사적 과정을 단순화시켜 누군가 한 사람에게 고착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특히 그 사람이 승리와 비극, 비전과 어리석음, 천재성과 광기를 부지런히 오가는 인물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한번 인정된 위인에 대한 절대적 숭배만큼 위험한 것은 없고, 공적으로 신성시되는 권력에 대한 굴종만큼 큰 재앙도 없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세간의 평가를 무작정 따르는 태도에 비판의 칼을 들이대는 동시에 기회를 얻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무수한 나폴레옹과 모차르트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 서울경제 201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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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인들은 대부분 명성을 얻기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타고난 재능은 육체적 혹은 정신적 질병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기 작가나 사가들은 이들의 명성 뒤에 숨은 맨 얼굴을 외면한다. 독일 ‘디 벨트’지 편집장 출신인 볼프 슈나이더는 역사서, 전기, 박물관 자료 등 방대한 문헌을 뒤져 명성에 가려진 위인들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토마스 만이 ‘괴테와 함께 독일어를 완성시킨 사람’이라고 칭했던 니체가 거리에서 채찍질을 당하는 말을 껴안고 ‘형제’라고 말했는지는 사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하지만 정신병원으로 가기 직전에 팔꿈치로 피아노를 치고, 친구들 앞에서 알몸으로 춤을 춘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니체는 한때 폐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신질환을 앓았다. 말년에 명성이 높아지자 누이는 바이마르에 집을 구해 광인이 된 오빠를 옮겨놓고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니체가 죽기 3년 전의 일이다. 이처럼 천재성과 정신질환, 투명한 정신과 광기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없다. 베토벤의 실제 모습도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베토벤은 하인을 때렸고 식당 종업원의 얼굴에 음식을 던졌으며 산책하다가 황후 일행을 만났을 때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프리카 원정에 나선 카이사르의 이야기는 거의 블랙 코미디다. 기원전 47년 아프리카 땅에 상륙했을 때 카이사르는 실수로 발이 꼬여 그만 땅바닥에 쓰러졌다. 부하들이 나쁜 징조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흙을 움켜쥐며 일어나 이렇게 소리쳤다. “아프리카, 내가 드디어 너를 붙잡았구나!” 역설과 모순이 가득한 위인들의 맨 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 국민일보 2011.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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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은 어차피 로토와 다름없다면 우리는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로 역사가와 비평가, 편찬자들의 작위적이고 우연한 결정을 깨부수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 이 책은 백과사전식의 천편일률적인 위인과 천재의 평가를 거부한다. 이른바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은 작위적이고 각색된 인물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 편집책임자를 지낸 이력답게 역사의 인물들을 균형 있게 분석했다. “그렇다고 종래의 위인들을 흠집 내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세간의 평가를 무작정 따르는 태도를 비판하고, 동시에 때와 기회를 얻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무수한 나폴레옹과 모차르트에게 애정 어린 헌사를 보낸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인물은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였다. 누구도 쉽게 지닐 수 없었던 모험정신과 도전정신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대단히 주관적이라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콜럼버스가 당시 열강의 제국주의 야욕에 부추김받았다는 점을 제외하고라도, 그의 업적에는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신대륙 발견을 부인했다. 콜럼버스 이전의 탐험가들이 두 차례나 신대륙을 발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후세 사가들은 콜럼버스에게 모든 업적을 덧씌웠다. 이 부분은 편찬자들의 판단 미숙이거나, 당시 권력자들의 부풀림에 의한 것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콜럼버스는 어쨌거나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였음은 분명하다. 인류가 두고두고 기억하는 위인들 가운데는 환경과 우연과 운(運)의 결합으로 이뤄진 인물이 적지 않다. 저자는 “우리는 수많은 인물이 복잡하게 뒤엉킨 역사적 과정을 단순화해 누군가 한 사람에게 고착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특히 그 사람이 승리와 비극, 비전과 어리석음, 천재성과 광기를 부지런히 오가는 인물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고 풀이한다. 드라마틱한 인생을 단순화해 영웅으로 만드는 방법에 우리들은 매우 익숙해져 있다. 저자는 “명성의 대부분은 그 인간이 위대하기 때문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화복과 부침을 통해 세인들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룬다. 단순화와 숭배가 그것이다”고 했다. 저자는 탐험가들 가운데 제임스 쿡을 따라갈 자가 없다고 했다. 그는 동시대의 어떤 인물보다도 더 많은 미지의 땅을 발견하고 측량했다. 그는 지극히 냉철하고 합리적인 탐험가였다. 그러나 쿡은 콜럼버스처럼 ‘화려한 공작과 날카로운 매와 도둑의 면모’를 갖고 있지 못했다. 알렉산드로스나 프리드리히 왕 같은 인물도 깎아내린다. 저자는 “한 나라뿐 아니라 부왕의 완벽한 군대까지 물려받았다면 전쟁 영웅이 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었을까?”라고 반문한다. 메릴린 먼로와 그레타 가르보가 그렇게 유명한 인물이었던가. 섹스의 심벌 또는 대단한 미인이었기에 그랬던가. 저자는 “얼굴 미모 이외에는 별로 갖춘 것도 없다. 성형술과 화장술의 가장 적절한 수혜자였을 뿐”이라는 인색한 평가를 한다. 저자는 명성 뒤에 가려진 인물들의 이중성도 지적한다. 에디슨의 발명품으로 알려진 전구는 에디슨이 만들어내기 25년 전 이미 세상에 나온 바 있다. 2차 대전을 승리를 이끈 윈스턴 처칠은 사실 지독한 전쟁 애호가였다. 공산당 선언을 기초한 카를 마르크스는 주변 사람들의 돈을 마치 제 돈인 양 썼던 뻔뻔한 삶을 살았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밤낮으로 글을 써서 돈을 벌었다. 위인들 가운데에는 상궤를 벗어난 인물도 적지 않다. 토마스 만은 괴테와 함께 독일어를 완성시킨 인물로 추앙받은 철학자다. 그는 정신병원으로 가기 직전에 팔꿈치로 피아노를 치고, 방문객들 앞에서 알몸으로 춤추었다. 한때 니체의 화신이라고 불렸던 철학자의 미치광이 모습에 사람들은 아연실색하곤 했다. 베토벤의 실제 모습은 더욱 당혹스럽다. 베토벤은 하인을 때리고 식당 종업원의 얼굴에 음식을 집어던졌다. 자신의 악보에 불평을 털어놓는 음악가에게는 “한심한 친구”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에게는 음악의 신이 내렸다고 우쭐댔다. 전략 전술에 능했던 로마의 명장 카이사르의 경우도 실소를 자아낸다. 기원전 47년경 원정 길에서 아프리카 땅에 내렸을 때 카이사르는 실수로 발이 꼬여 땅바닥에 쓰러졌다. 순간 그는 잔머리를 굴렸다. 부하들이 자신의 모습을 나쁜 징조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나머지, 넘어진 채로 흙을 움켜쥐고 일어나서는 소리쳤다. “아프리카, 내가 드디어 너를 붙잡았노라!”
- 세계일보 20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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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이 되기 위한 법칙이 있다면 첫째, 약간의 불행이 뒤따라야 한다. 정신병을 앓았던 니체, 20년간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을 시도했던 피카소, 평생 인간 혐오자로 살다 결핵으로 요절한 로코코 양식의 대가 장 와토 등 위인들의 삶에는 그림자처럼 불행이 따라다녔다. 둘째, 이 불행과 고통을 미화하고 과장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위인이 순교자를 자처했는데 행복한 사람은 명성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위인들의 명성 뒤에 가려진 이중성을 고발한 책이다.
- 동아일보 20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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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디벨트' 편집장을 역임한 저자가 콜럼버스에서 마릴린 먼로까지 유명인사들과 세계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들춰낸다.
- 조선일보 20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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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위인들`의 뒷얘기를 들려주는 책. 지은이는 "명성이 로또와 다름없다면 우리는 스스로 새로운 평가를 내려 과거 역사가들의 우연적인 결정을 깨뜨리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 매일경제 20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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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비틀어버린 천재와 공상가, 범죄자들은 무엇으로 유명해졌을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얻는다. 메릴린 먼로는 화장술과 성형수술의 성공적인 수혜자고, 콜럼버스는 아메리카의 세 번째 발견자이고, 마르크스는 주변 사람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제 돈인 양 꺼낸 쓴 뻔뻔이고, 도스토옙스키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밤낮으로 작품 활동에 몰입한 작가라는 사실 말이다. 이 책은 추하거나 허황되거나 독선적이거나 단지 운이 좋았던 ‘못 말리는 위인들’의 듣기 난감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은 거인들의 면면을 뒤집어 본 환상적인 파노라마이자 좀 더 솔직한 승리자의 문화사이기도 하다. 칭기즈칸처럼 환경과 우연으로 운이 좋았던 ‘위대하지 않은 유명인’에서 니체처럼 질병과 광기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위대한 유명인’까지 추적한 이 책은 명성 뒤에 가려진 인물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그 역사적 명암을 재구성한다. 지은이는 “명성이 어차피 로또와 다름없다면 우리는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로 비평가의 우연적인 결정을 깨부수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 문화일보 2011. 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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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베토벤 같은 인물은 어떻게 위인이 되었을까? 어떤 재능과 성격에 어떤 환경과 우연이 따라주어야 할까. 명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우리는 그렇게 주목하지 않는 편이다. 저자는 명성은 어차피 로또와 같다며, 그렇다면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도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천재성과 정신질환의 경계에 서있는 니체, 하인을 때리고 식당 종업원이 얼굴에 음식을 집어던진 베토벤 등 통찰력과 직관이 돋보이는 저자의 인물평가는 진짜와 허상, 실제와 소문 사이를 꿰뚫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의 눈을 밝혀준다. 파괴된 우상 자리에 그는 위대한 무명인들을 세운다. 침략을 포기한 위정자, 최고의 직위를 노리지 않은 사람들이다.
- 헤럴드경제 2011. 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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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에 등재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혐오스러운 인간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무슨 말인가? 우리가 위인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 사람이 사실은 보통 사람보다도 못한 인격을 갖고 있거나, 위인으로 불릴 만한 자격이 없다는 얘기일까?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도입부부터 이렇게 도발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위인의 역사가,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추하거나 허황하거나 독선적이거나 비겁하거나 뻔뻔하거나 단지 운이 좋았던 '못 말리는 사람들'의 난감한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책은 "역사를 비틀어버린 천재와 공상가, 범죄자들은 무엇으로 유명해졌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명성 뒤에 가려진 인물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그 역사적 명암을 재구성했다. 에디슨의 것보다 25년 전에 이미 발명된 전구 이야기, 지독한 전쟁 애호가였던 처칠, 도박 빚을 갚으려고 작품 활동에 몰입한 도스토옙스키 등 인간 승리의 문화사 속에 숨겨진, 상식의 궤를 벗어난 이야기가 새롭고 흥미로운 관점을 전해준다.
- 부산일보 20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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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세 종류의 인간을 다룬다. 위대한 유명인과 위대하지 않은 유명인, 그리고 유명하지는 않지만 위대한 인물이 그들이다.” 일간지 <디 벨트> 편집국장을 지낸 독일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는 유난히 까탈스러운 사람이다. 그의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서양 문화권에서 위대한 인물로 칭송받은 사람들을 600여쪽이 넘는 분량으로 집요하게 파헤치는 책이다. 슈나이더가 혐오하는 것은 천재 숭배와 지도자 숭배다. “한 번 인정된 위인에 대한 절대적 숭배만큼 위험한 것은 없고, 공적으로 신성시되는 권력에 대한 굴종만큼 큰 재앙이 없다”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은 곧 그의 신념이기도 하다. 그는 위대하지 않은데도 유명해진 이들의 실체를 해부하고, 유명하진 않지만 실제로는 위대했던 인물들의 명성을 복원하려 한다. 그의 무기는 박식함과 신랄함과 통찰력이다. 첫 번째 해부 대상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다. 콜럼버스의 명성은 전적으로 그가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라는 통념에서 나온다. 그러나 통념과 사실은 다를 수 있다. 통념과 사실이 일치하는 경우라도 더 넓은 맥락에서 살피면 의미의 결이 확 달라진다. 저자는 “그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은 기껏해야 세 번째였고, 어쩌면 열 번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3만년 전 시베리아의 몽골인들은 베링 해협을 건너 알래스카로 갔다. 바이킹족들은 986~991년 사이에 캐나다의 래브라도 반도에 상륙했다. 그들에게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논리대로라면 콜럼버스 또한 발견자가 아니다. 그가 수백㎞의 항해를 통해 가닿으려고 했던 땅은 아메리카 대륙이 아니라 인도였기 때문이다. 세계사의 웬만한 유명인들의 명성은 저자의 의문 앞에 여지없이 난도질당한다. 레닌, 넬슨, 나폴레옹, 처칠, 괴테, 니체, 아인슈타인, 루소, 바그너, 랭보…. 목록은 줄기차게 이어진다. 유명인들의 생애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자랑하는 저자가 풀어놓은 이 책의 풍부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영웅과 천재를 객관적으로 보는 자세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는 말할 수 있다. “일단 입을 헤 하고 벌린 채 경탄만 하는 단상에서 내려와야 한다.” “자격 있는 사람이 명성을 얻은 경우도 많지만, 그럴 자격이 없는데도 명성을 얻은 경우는 훨씬 더 많으며, 또 재능은 있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없어서 역사에 묻힌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술가들 중에도 인간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악인들이다.” “천재는 불명확한 의미에다 화려하고 야단스럽게 포장한 말에 다름 아니다.” 세상은 영웅이나 천재를 만들어내고 미화하는 일을 즐긴다. 그러니 진실을 통해 허상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저자가 인용하는 말처럼 “나는 누군가 내게 괴테는 지루하고 셰익스피어는 조야하다고 말하면 기쁘다”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 주간경향 2011. 09. 01 주간경향 9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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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읽기 反영웅]
영웅에 대한 반격인가. 최근 국내외에선 새로 발굴된 자료를 바탕으로 영웅들의 그림자를 들춰보는 책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만들어진 승리자들’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은 영웅들에 대해 “지금보다 덜 우러러보고 덜 경탄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이같은 ‘영웅 뒤집어 보기’ 역시 해당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구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깊이 읽기’ 새롭게 읽기’의 의미도 갖고 있다.
모든 것은 만들어진 것이다. '만들어진~'이란 수식이 붙은 책은 이미 시리즈 수준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크레이그 에반스의 '만들어진 예수',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 이성시의 '만들어진 고대(古代)', 박상훈의 '만들어진 현실'…. 예수는 신인가, 인간인가 아니면 신·인간인가 하는 무서운 문제의 해답은 하늘에서 내린 것이 아니라 공의회에서 '결정'한 것이다.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격자무늬 천으로 만든 퀼트가 그 나라의 오랜 전통이 아니라 18-19세기에, 그것도 잉글랜드의 상인이 만든 옷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존중하는 그 많은 전통도 전통이 아닐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누가 만드는가? 신이 만든 것도 아니고 우연이 만든 것도 아니고 인간이 만든 것이다. 특정 시대에 특정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숭상하는 책도 그러하며, 학생들의 바이블인 교과서도 그러하다. 종교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근대의 위대한 철학자들은 모두 계시종교를 거부하고 자연종교를 지지했다. 그들의 신랄한 성서 비판은 현대인들의 성서 비판을 능가한다. 동양에 대해 품고 있는 신비스러운 이미지, 가령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마저 유럽인들이 식민지배를 위해 만들어낸 지식(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란 사실이 가장 대표적인 '만들어진' 진실의 사례다. 신간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역사의 승리자들 역시 만들어진 존재라고 말한다. 새삼스러운 주장은 아니다. '영웅'이 만들어진 존재임을 누설하는 책은 이미 여러 권 나와 있다. 박지향의 '영웅 만들기', 크리스티앙 아말비의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종훈·권현진의 '대중독재의 영웅 만들기', 이희근의 '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 등 허다하다. 그러나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기존의 동류 시리즈보다 훨씬 흥미롭고 파괴력이 강하다. 모차르트 같은 천재, 히틀러 같은 범죄자, 마르크스 같은 공상가, 콜럼버스 같은 모험가 등 문학과 예술, 정치와 전쟁, 과학과 사상 등에서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 영웅호걸들의 죄악과 위선을 신랄하게 고발한 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제9장 '세계사의 탕아들'은 유익하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민족적 영웅'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오쩌둥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문화혁명'이라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잔인하고 야만적인 대학살이었던가! 나 역시 저자와 같은 방향에서 혁명과 혁명가들의 실체를 고발해본 적이 있어서 저자의 책이 더 반갑다. '승리자'는 자신의 야망과 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과 불행을 야기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위대한'이라는 평가를 붙이는 데는 더없이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영웅을 망가뜨리고, 또 그것에 통쾌함을 느끼는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만들어진 승리자들' 역시 '만들어진' 지식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만들어진 것, 즉 허구(fiction)라는 주장은 절대적 지식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대화'를 유도한다. 저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이 아니며, 콜럼버스 자신도 신대륙이 아니라 아시아에 왔다고 생각했다며 그의 '업적'을 깎아내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대서양 너머 미지의 세계로 항해한 사실이다. 콜럼버스의 (나아가 모든 영웅의) 대담함과 모험심을 단순히 무지와 탐욕과 광기로 폄하하는 것이 과연 옳은 평가일까? 저자는 단테에 대해서도 그의 모국어가 불가리아어였다면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을 거라며 그가 이탈리아인으로 태어난 행운을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이탈리아인이 단테처럼 위대한 작품을 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책에 의하면, 승리자는 '우연'이다. 저자는 이로써 우상 숭배의 싹을 자를 뿐만 아니라 우연의 '혜택'을 받지 못한 '패자'에게 위로를 준다. 그러나 포르투나 여신을 숭배하는 것은 인간이 역사의 중심임을 강조해온 인문학의 성취를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거부감이 든다. 저자는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을 고발하면서 자기식의 '문화혁명'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 조선일보 2011. 09.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