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사람들은 내가 선거를 조작한다고 알고 있지요. 결코 그렇지 않아요. 모든 걸 말하자면, 나는 이집트 국민의 심리를 빠삭하게 꿰고 있습
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이집트 사람들을 정부의 지배 아래 놓이도록 창조하셨지요. 그 어느 이집트인도 자신의 정부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물
론 천성적으로 반기를 들고 거역하는 국민들도 있기는 하지요. 그런데 이집트 국민은 먹고살기 위해 평생 참고 지냅니다. 역사에 그렇게 쓰여 있
어요. 이집트 국민은 세상에서 통치하기 가장 쉬운 국민입니다. 당신이 권력을 잡자마자 이집트인들은 당신에게 복종하고 당신에게 굴종할 것이
며, 당신은 마음대로 그들을 다루면 됩니다. 이집트에서는 그 어떤 정당이라도 선거를 치를 때 권력 내에 있으면 승리하게 마련입니다. 이집트 국
민이 정부를 지지하기 때문이죠. 우리 주님께서 이집트인을 그렇게 창조하셨어요.”
- 본문 중에서 (127~128)
5년간 전 아랍권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20여개국 언어로 번역
이집트 소설가 알라 알아스와니의 베스트셀러 소설 『야쿠비얀 빌딩』이 김능우(서울대 연구교수)의 번역으로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야
쿠비얀 빌딩』은 21세기에 들어 아랍어로 쓰인 소설 중 비평적,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이슬람 테러 단체, 동성애 등 아랍 문학에서
금기시되어 온 주제들을 대담하게 다루었고, 국가를 사금고처럼 운영하는 권력자들 아래서 나날이 쇠퇴해 가는 이집트 사회의 실상을 박진감 있
게 묘사하고 있다. 2011년에 일어난 이집트, 그리고 아랍 세계의 혁명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카이로 중심가의 고색창연한 유럽식 건물인 야쿠비얀 빌딩. 한때는 영화를 누렸지만 점차 쇠락해 가는 이 건물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오직 여색에 탐닉하는 데 일생을 바친 늙은 신사, 경찰 대학 입학을 거절당한 뒤 이슬람 원리주의에 빠져드는 수재,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
을 모은 뒤 국회의원이 될 생각을 하는 사업가, 동성애에 빠진 신문사 편집장..... 치과 의사인 작가는 썩은 이를 찾아내듯, 이집트 사회를 카이로
도심의 한 건물에 집약해 놓고 사회를 썩게 만드는 원인을 찾아 나선다.
저자
알라 알 아스와니
알라 알아스와니는 1957년 이집트 카이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 글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나, 소설 쓰기를 하되 본업으로 삼지 말라는 부친의 권유에 따라 치과 의사를 지망했다. 1980년 카이로 대학교 치의대를 졸업하고 1985년 시카고로 건너가 치의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시카고에서 개업했다. 1980년대 말 귀국하여 카이로에서 치과를 개업하는 동시에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 첫 소설 『이삼 압둘 아티의 보고서』를 정부 산하 출판사인 ‘도서청’에서 출판하려 했으나 작품의 사회비판적 성격에 대한 도서청의 검열과 비합리적 절차에 환멸을 느끼고 이 소설과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 『가까이 가서 보았다』를 사비로 출판했다. 이후 몇 권의 작품을 더 발표했으나, 이집트 사회 체제의 비합리성과 부당함에 대한 깊은 절망감으로 해외 이민을 결심하고 뉴질랜드를 택해 이민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민 수속 기간인 1998년 말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2002년에 완성한 장편소설 『야쿠비얀 빌딩』은 2002~2007년 아랍 세계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이후 영화 및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전 세계적인 반응을 얻은 이 소설은 여러 나라의 문학상을 휩쓸면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4년 이전의 두 단편집 『가까이 가서 보았다』와 『지도자를 기다리는 자들의 모임』에서 추린 작품을 묶은 단편집 『아군의 포격』을 출간한 알아스와니는 후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위한 이집트 국민운동인 ‘키파야’ 운동 발족 회원이 되었다.
2007년에 발표된 장편소설 『시카고』는 전작 『야쿠비얀 빌딩』과 마찬가지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2008년 오스트리아의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수상한 그는 2011년 1월 카이로의 중심지 ‘마이단 알타흐리르(자유광장)’에서 이집트 시민들과 함께 민주혁명에 참여했고, 지금도 문필 작업과 언론 활동을 통해 혁명의 지속과 완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3년에는 소설 『자동차 클럽』을 출간했다.
역자
김능우
한국외국어대학교 학부 아랍어과와 대학원 아랍어문과를 졸업하였다. 수단 카르툼 국제 아랍어 연구소에서 아랍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요르단 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랍어문학 전공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외국어대학교 학부 아랍어과, 대학원 중동어문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아랍 시(詩)의 세계』, 『한국어-아랍어 사전』(공저), 『중동 여성 문학의 이해』(전 3권, 공저) 등이, 주해서로 『무알라까트』, 역서로 『황금 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세계 민담 전집-아랍 편』(편역), 『야쿠비얀 빌딩』, 『쿠쿠 수단 카바쉬』이 있으며 「소설 ‘야쿠비얀 빌딩’에서 포착된 이집트 사회의 문제점에 관한 연구」, 「레반트 민담 텍스트를 통해 본 레반트인의 의식 구조 연구」, 「중세 아랍 시에 나타난 ‘몽골과 이슬람 세계와의 충돌’에 관한 연구: 13세기 초~15세기 초」, 「아랍 가잘(연애시)의 발전 과정 연구」 등을 비롯한 여러 논문이 있다.
올해의 책. 날카롭고 또한 유머러스한 소설.
- 스펙테이터,
알라 알아스와니와 같은 작가는 이제 서방 세계에서 별로 찾을 수 없다. 『야쿠비얀 빌딩』은 위선과 광신에 찬 이집트 사회를 감탄할 만한 솜씨
로 그려 냈다. 부자와 빈자 사이의 그 간극은 디킨스 시대의 런던을 떠올리게 한다...... 빛나는 사과처럼 달콤하며 만족스럽고, 기이하면서도 친
숙하고, 훈훈하면서도 쓰라린 소설이다.
- 더 타임스
현대 이집트 사회와 문화를 포착한 놀라운 작품이다.
- 뉴욕 리뷰 어브 북스
현대 이슬람 사회에 대한 매혹적인 통찰.
- 선데이 텔리그래프
알아스와니는 발전 도상국들이 직면한 도전을 뛰어난 이야기꾼의 솜씨로 풀어 보이고 있다.
- 데일리 텔리그래프
무기력하고 약점이 많은 인류에 대한 애정 어린 통찰.
- 데일리 메일
‘이웃들’의 이야기인 『야쿠비얀 빌딩』은 1840년대 외젠 쉬와 찰스 디킨스의 문학적 전통에 속한다.
- 가디언
‘서방 세계에 가장 우호적인 아랍 국가’라는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치과의사와의 만남이 늘 이처럼 즐
겁기만 하다면야.
- 옵저버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 다양한 줄거리, 사회에 대한 도덕적 분노 - 한 마디로 빅토리아 시대 의 소설과 같다. 급행열차처럼 아찔하고 용감한 소
설.
- 피터 켐프, 『선데이 타임스』
이 소설이 아랍 세계에서 그처럼 성공을 거둔 이유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 인간의 약한 점에 대한 참으로 뛰어나게 날카로운 통찰, 생생한 장면,
비범한 등장인물들로 가득 찬 소설이기 때문이다.
- 메일 온 선데이
이집트의 부패와 종교적 광신주의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우아한 소설이다……. 지난 50년 동안 아랍의 어떤 작가도 감히 이 주제를
건드리지 못했다.
- 사드 에딘 이브라힘, 『포린 폴리시』
이 책은 하나의 센세이션이다.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용감한 소설이다. 독자의 숨을 가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
다. 카이로의 고급 주택가와 빈민가, 종교, 정치, 섹스, 테러, 사랑. 이미 수십만 부를 돌파한, 동시대 아랍 문학이 낳은 베스트셀러.
- 슈피겔
이집트 사회에 대한 발자크적인 파노라마.
- 디 차이트
『야쿠비얀 빌딩』은 우리 시대 아랍 문학의 걸작이다. 오늘날의 중동 사회 깊숙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 르몽드
『야쿠비얀 빌딩』은 우리가 현실 속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는 많은 인물을 그리고 있다. 그 인물들은 부패를 확산시키고 경제와 사회, 영혼을
파괴하는 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자들이다.
- 자말 알기타니
알라 알아스와니가 이 소설 외에 다른 작품을 쓰지 않는다 해도 이 작품 하나만으로 그는 아랍 문단의 선두 대열에 놓이기에 충분하다.
- 살라흐 파들
일반 독자의 평
환상적인 책이다. 우리를 완벽하게 사로잡는 소설... 곧장 등장인물들의 삶에 빠져들어 마치 오랫동안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만
든다.
- 미국 아마존 독자 서평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이집트의 정체 상태에 맞서는 여러 철학적 입장을 대표하고 있다. 현상을 사랑과 참여를 통해 극복하려 하든, 아니면 퇴폐
와 정체의 길을 답습하려 하든, 등장인물의 죽음은 정직한 노동이 인정을 받을 수 없는 부패한 이집트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가 되고 있다.
- 미국 아마존 독자 서평
올해 일어난 이집트 시민 혁명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자 한다면, 『야쿠비얀 빌딩』 외에 다른 책을 찾을 필요가 없다.
- 미국 아마존 독자 서평
이것이 이집트다.
- 미국 아마존 독자 서평
너무나 쉽게 잘 읽히지만 한편으로 암울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 영국 아마존 독자 서평
호스니 무라바크 정권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로버트 올트먼 식의 파노라마로 그려냈다.
- 영국 아마존 독자 서평
현대 이집트의 사람과 사회에 대한 감동적인 소설이다. 동성애, 테러리즘, 종교, 부패, 여성의 권리 등등 금기시되어 온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배
우는 바도 많았지만 읽는 내내 너무나 흥미로웠다.
- 독일 아마존 독자 서평
살아가기 위해 온힘을 다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스와니는 냉소적이지 않은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 프랑스 아마존 독자 서평
한마디로 완벽하다. 걸작, 정말 걸작이에요! 필독!(A LIRE ABSOLUMENT!)
- 프랑스 아마존 독자 서평
알아스와니는 이집트의 졸라이다. 『야쿠비얀 빌딩』은 카이로 중심가의 오래된 유럽식 건물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연령대의, 서로 다른 사회 배
경의, 다른 성(性)의 사람들이 빚어내는 장면을 그린 사회 소설이다. 나는 이집트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이 소설에 묘사된 대로라면 너무나 암울
하다. 농락당하는 여성들, 고문이 횡행하고 부패가 만연한 경찰 국가, 비참한 사회 환경과 부도덕, 가난한 젊은이들의 막다른 골목인 이슬람 테러
리즘...... 등장인물들의 특성과 결점들은 이러한 사회 결정론에 갇힌 채 어떠한 출구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오직 두 등장인물의 사랑과 결혼만이 어렴풋한 희망의 빛을 보여 주었다고나 할까...
정열적이며 너무나 배울 것이 많았던 소설.
- 프랑스 아마존 독자 서평
올해 2월 이집트 국민의 거센 반정부 민주화 시위 끝에 무함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권이 3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수만 명이 펼친 평화적인 시위는 이집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시켰다. 치과의사이자 소설가로 반무바라크 운동에 나섰던 저자
는 이 소설에서 무바라크 정권의 부패한 정치 현실, 극심한 빈부·계층 격차에 놓인 이집트 사회를 생생하게 고발한다. 2002년 출간돼 20여 개국에
번역됐고 바슈라힐 아랍 소설상, 독일 코부르거 뤼케르트상 등을 받기도 했다. 소설은 1990년대 초반 카이로 중심가에 위치한 10층짜리 아파트
건물인 야쿠비얀 빌딩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934년 건축 당시에는 고위 관리나 부유한 상공인들을 위한 아파트였지만 도시 외곽에
신흥 부촌이 들어서자 이 건물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간 시장’으로 변했다. 건물 안에는 주색잡기에 몰두하는 노신사의 사무실, 성
공한 사업가가 마련한 정부(情婦)의 거처 등이 있고 옥상에는 도시 빈민들이 다닥다닥 붙어 산다. 주연 조연을 합해 2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아랍식 이름들이 헷갈린다.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을 병렬로 풀어가는 초반부만 100쪽이 넘는다. 하지만 중반부터 전혀 안면이 없던 사람
들이 각종 사건으로 얽히게 되면서 읽는 데 속도감이 생긴다. 작가가 이슬람 혁명을 풀어놓는 중심에는 문지기의 아들 타하가 있다. 그는 수재였
고 경찰대학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야쿠비얀 빌딩 문지기의 아들이란 이유로 떨어진다. 격분한 타하는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올리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결국 일반 대학에 들어간 그는 반정부 시위를 하는 이슬람주의 집단에 끌리게 되고, 결국 테러 작전 중 목숨을 잃는다. 그의 정신적
스승은 이렇게 설파한다. “이슬람과 민주주의는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상극입니다. 민주주의란 스스로 자신들을 다스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슬람에는 하나님의 통치 외에는 없습니다.” 부자인 노신사 자키 베는 이렇게 말한다. “나라가 몰락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부재하기 때문이야. 이
집트의 폐해는 독재 정부야.” 그러나 그는 어떤 정치적인 행동에도 나서지 않으며 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데 급급해한다. 간간이 이집
트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적인 문구들이 나오지만 작품의 매력은 다양한 이집트인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데 있다. 가족을 먹여 살리
기 위해 부사이나는 애인을 버리고 몸을 팔기 시작하며, 동성애자이면서 신문편집장인 하팀 라쉬드는 군인 애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하
지만 실패한다. 마약을 팔며 큰 부자가 된 핫즈 앗잠은 고위층에 뇌물을 건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아바스카룬, 말라크 형
제는 부자를 등쳐 돈을 빼앗을 기회만 노린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와 히잡을 쓴 여성 등 평면적으로 인식돼 왔던 이집트인들의 모습이 입체적으
로 살아난다. 대부분의 인물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방황하던 부사이나가 노신사인 자키 베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떠 결혼식을 올리면서 작
품은 끝을 맺는다. 화사한 해피엔딩으로 묘사되지만 다소 수동적인 등장인물들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동아일보 2011.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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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문학 전공인 서울대 인문학연구소 김능우(51) 교수는 2009년 1월 말, 이집트에서 열리는 카이로 국제도서전시회를 참관하던 중 마침 염두에
두고 있던 소설 ‘야쿠비얀 빌딩’ 번역 건을 추진하기로 한다. 운 좋게도 전시회장에서 독자들에게 서명을 해주는 작가 알라 알아스와니(54)를 만
날 수 있었다. ‘야쿠비얀 빌딩’을 번역하고 싶다고 하자 알라는 밝은 표정으로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꼬박 2년에 걸쳐 번역을 마친 김 교수는 “무
엇보다도 나를 흥분시킨 것은 이 소설을 거의 번역할 무렵인 올 1월 중순 무라바크의 독재 제체에 신음하던 이집트에서 민중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이라며 “2011년 아랍 시민혁명의 예언서 같은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라가 현대 아랍어의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를 즐겨 쓰는 바람
에 번역에 애를 먹었으나 결과적으로 구어체가 이 소설의 친근성을 높임으로써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알라 알아
스와니는 어떤 작가이며 21세기 들어 아랍어로 쓰인 소설 중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야쿠비얀 빌딩(을유문화사)’은 어
떤 소설인가. 카이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알라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지만 소설쓰기를 본업으로 삼지 말라는 작가 출신 아버
지의 권유에 따라 미국 시카고의 일리노이대학 치의대를 졸업하고 귀국, 카이로에서 치과를 개업한 의사 출신이다. 그러나 글에 대한 욕망은 끓
어올라 1990년 첫 소설 ‘아삼 압둘 아티의 보고서’를 정부 산하 출판부인 도서청에 제출했으나 출간 거부를 당했다. 이어 97년에도 단편집 ‘지도자
를 기다리는 자들의 모임’이 출간 거부당하자 뉴질랜드 이민을 결심하게 된다. 통상 2년 정도 걸리는 이민 수속 기간 동안 소설 한편을 쓰기로 결
심한 그는 2002년 장편 ‘야쿠비얀 빌딩’을 탈고한 후 ‘문학소식지’에 연재를 시작하자 아랍 세계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인 관심과 격려가 쏟
아졌다. 소설은 2006년과 2007년 각각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된 데 이어 영어, 아탈리아어, 프랑스어, 히브리어 등 20여개의 외국어로 번
역되었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2006년 한 해 동안만 16만부가 팔렸다. 알라는 올 1월, 카이로의 중심지 ‘마이단 알타흐리르(자유광장)’에서 시민들
과 함께 민주혁명 시위대열에 서 있었다. 소설로써만 독재 정부를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집트 국민들과 함께 ‘반독재’ ‘무라바크 퇴진’을 외
친 행동하는 지식인이 알라다. 이 같은 사회참여와 체제 비판 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 ‘야쿠비얀 빌딩’이다. 카이로 시내에 자리 잡은 성
(聖) 야곱의 이름을 딴 야쿠비얀 빌딩은 1934년 아르메니아 출신의 사업가가 투자해 지은 10층짜리 최고급 건물이다. 당시 정부 고위관리와 장관
들, 부유한 상공인의 거처였던 그곳은 52년 군사혁명 후 군 장성과 장교 가족이 거주했지만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라 건물 옥상엔 빈민들이 거
주하는 작고 불결한 방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던 가든 시티의 거리를 걷고 있다가 낯선 장면을 보게 되었다. 미국대사
관 전용주차장을 마련하기 위해 낡은 집을 허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집의 외벽이 제거되자 내 눈 앞에는 그 안의 방들이 드러났다. 그곳에
살던 사람은 이사 가면서 있던 물건을 전부 가져가지 않은 듯 했다. 절단된 건물 속에 드러난 그 낯선 장면을 보고 나는 한 건물에 관한 역사를 상
상으로 엮어 소설을 써볼 작정을 했다.”(작가의 말) 소설 속 야쿠비얀 건물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그 안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사회적 배경을 지닌 채 모두 한 건물에 입주해 있는데, 특히 옥상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하층민들이 그 아래층의 중산층이나
부유층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힘겹게 살아간다. 프랑스에서 교육받은 귀족층 노인이자 호색한인 자키 베 알두수키, 건물 문지기의 아들인 타
하 알샤들리, 타하의 애인인 부사이나 알사이드, 자키 베의 사무실 집사인 아바스카룬과 말라크 형제, 신문사 편집장인 하팀 라쉬드, 이집트 부호
에 속하는 핫즈 무함마드 앗잠…. 작가는 이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성장 배경을 통해 이집트 사회의 치부와 부패 원인을 적나라하게 노출시
킨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자키 베다. “어느 날 밤 자키 베는 술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뷰익 자동차에 여자 걸인을 태워 바흘라르
로 구역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가 직접 몸을 씻겨 주려 했을 때, 자키 베는 그녀가 하도 가난해
시멘트 포대로 만든 속옷을 입고 있음을 알았다. 자키 베는 아직도 애정과 슬픔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녀가 ‘포틀랜드 시멘트-투라’라고 큰 글씨가
쓰인 속옷을 벗으며 당황해하던 모습을 기억한다.”(19쪽) 소설은 이슬람 테러 단체, 동성애 등 아랍 문학에서 금기시된 주제들을 과감하게 다루
면서 국가를 사금고처럼 운영하는 권력자들 아래서 나날이 쇠퇴해 가는 이집트 사회의 실상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아랍의 시민혁명을 이
해하려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국민일보 2011.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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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중심가의 고색창연한 유럽식 건물인 야쿠비얀 빌딩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색에 탐닉하는 늙은 신사, 이슬람 원리주의에
빠져드는 수재, 부정하게 재산을 모으며 정계 진출을 꿈꾸는 사업가…. 치과의사인 작가가 현대 이집트 사회를 통찰해 쓴 소설. 5년간 전 아랍권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아랍 소설로는 드물게 유럽에서 문학상을 휩쓸고 전세계 20개국에서 번역됐다.
- 중앙일보 2011.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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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눈으로 병든 이집트 사회를 진단해 아랍권 최고의 문제작이자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카이로 중심가의 쇠락한 빌딩을 배경 삼아 이슬람
테러 단체, 동성애 등 아랍 문학에서 금기시되어 온 주제들을 다뤘다. 권력자들의 전횡과 부패를 고발했다.
- 한겨레 2011. 0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