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애호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우리 시대의 가장 매혹적인 물질인 커피에 관한 결정판
우리는 흔히 커피에 중독됐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만큼 커피 한 잔이 가져다주는 여유와 활력, 즐거움에 흠뻑 빠진 사람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커피는 비단 현대인들만 사로잡은 것이 아니라 처음 발견된 이래로 오랜 시간 동안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음료의 제왕으로 군림해 왔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이 매혹적인 음료는 과연 어떤 여정을 통해 우리 손에 들어왔을까? 커피 애호가라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가져볼 법하지만 정작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는 커피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책으로, 우여곡절 많은 커피의 사연을 흥미진진하게 돌아본다. 방대한 자료 조사와 매끄러운 필력을 바탕으로 커피의 기원부터 오늘날까지, 커피의 정치․경제․문화를 빈틈없이 아우르는 이 책은 2013년 국내에 처음 출간된 이래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최신 논의를 담은 ‘개정판 머리말’을 추가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판형으로 갈아입은 이번 개정 증보판을 통해 독자들은 커피의 향기 못지않게 매혹적인 커피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커피를 손에 넣은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책은 현대의 에티오피아가 있는 고대 아비시니아 땅의 염소치기 칼디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미지의 열매를 먹고 춤판을 벌이는 염소를 본 칼디가 커피콩을 발견한 이후, 이 열매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세계에서 유럽과 아메리카로 전해지고 오늘날 전 세계인의 일상에 자리 잡기까지의 장구한 역사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커피 한 잔 값인 1페니만 내면 몇 시간이고 앉아 비범한 대화를 들을 수 있어서 ‘페니 대학’으로 불린 커피하우스, 온갖 지략이 동원된 현대의 커피 마케팅 대전, 전쟁 중 병사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준 ‘조지 한 잔’, 인스턴트커피의 전성기를 지나 스페셜티 커피가 우리를 사로잡은 과정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커피의 역사는 곧 매혹적인 물질을 손에 넣으려는 인간의 역사이기에 우리는 이 파란만장한 커피의 시간을 돌아보며 인간의 열망과 욕망이 어떻게 그 모습을 바꾸어 갔는지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커피를 둘러싼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의학, 경제 부문 사이의 상호 연결성이 대단해서, 커피는 세계 경제를 형성해 온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되어 준다. 커피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지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과 정략의 역사
커피 애호가 케빈 녹스(Kevin Knox)는 한 커피 품종을 가리켜 “버터 캐러멜의 달콤함에 풀과 비옥한 흙 내음이 묻어나는 맛”이라고 썼다. 이렇듯 커피는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하지만 시적인 그 맛이 무색하게도 커피의 역사는 뜨거운 논란과 정략으로 점철되어 왔다. 커피는 경이로운 지적 동요를 낳아 혁명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는데, 이런 커피의 속성은 통치자들이 커피를 두려워하게 만들기도 했다. 16세기 메카의 젊은 통치자였던 카이르 베그(Khair-Beg)는 자신을 조롱하는 풍자시들의 근원지가 커피하우스임을 알게 되자 메카의 커피하우스들을 강제 폐업시켰고, 영국의 찰스 2세는 온갖 악의적이고 불미스러운 거짓 소문의 온상으로 커피하우스를 지목하며 금지령을 발효하려다가 왕정이 전복될 위기에 처하자 금지령을 철회하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군사 시설 근처에 세워진 GI 커피하우스가 반전 기지의 역할을 하다가 온갖 핍박을 당하기도 했다. 또 커피는 건강과 관련해서도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커피는 인류에게 베풀어진 기막힌 선물로 여겨졌는가 하면 지상 최대의 건강 파괴범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카페인 중독’이라는 진단명이 정신 질환으로 등록되기도 하고 카페인이 낳는 부작용에 대한 말들이 쏟아졌지만 커피가 운동 신경과 반응 시간을 향상시키는 등 좋은 효과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듯 커피는 오늘날까지도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음미하는 세계 뒤, 신음하는 세계
커피는 기후 조건이 갖춰진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 산지에서 수확된 생두는 수천 킬로미터를 건너 소비지로 이동하며, 커피 산지의 노동자들은 상상도 못할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은 커피가 생산되는 곳과 커피가 소비되는 곳을 넘나들며 세계의 풍경을 조밀하게 묘사하는데, 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커피라는 상품이 낳는 기쁨과 아픔을 동시에 목격하게 된다. 강제 동원된 노예들에 의해 생산되던 커피는 지금도 여전히 낮은 임금과 억압적인 노동 환경에 시달리는 커피 노동자들의 손길을 거쳐 재배된다.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에서는 커피가 투기와 최첨단 마케팅의 대상이 된 지 오래고, 커피 산지의 사람들은 커피 가격의 상승과 하락 곡선에 따라 삶의 질이 송두리째 바뀐다. 때로 커피는 우간다의 이디 아민(Idi Amin) 같은 독재자들이 자행하는 학살의 자금줄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커피를 소비하는 쪽을 ‘악인’으로, 또 다른 쪽을 ‘희생자’로 단순 분류한다면 그건 커피가 낳는 세계의 복잡성을 무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이야기에 얽힌 모든 것이 그렇게 간단히 다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이 책은 이 복잡다단한 세계의 일면들을 세심하게 돌아본다.
스페셜티 커피, 커피 전문점, 공정 무역 커피…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높은 품질의 맛있는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를 향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그 열풍이 불고 있다.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체인이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고, 뛰어난 영세 전문점도 많아졌다. 이제 소비자들은 깐깐하게 맛과 산지를 따지며 커피를 소비하고, 커피가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되는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러한 최신의 흐름 또한 담고 있는데, 공정 무역 커피 인증 과정에서의 비리 등 현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또 친환경 커피 생산을 둘러싼 논란도 담고 있으며, 커피 산지의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갖가지 질문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커피가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곧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채울지와 연관된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는 독자들이 이런 고민을 풀어 가는 데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주며, 이 조그만 씨앗에서 출발해 확장된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