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의 국가 리더십 강의
왜 어떤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가?
처칠 같은 와일드카드가 필요한 비상 상황인가,
토머스 제퍼슨 같은 철저히 검증된 엘리트가 필요한 상황인가
“인류는 스스로 역사를 창조한다” vs. “세계의 역사는 위인들의 전기다”
위대한 지도자가 역사를 바꾸는 과정과 역사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리더십의 중요성과 지도자 개개인의 영향력은 오랜 기간 논쟁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이 화두는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역사가 지도자를 만드는가, 지도자가 역사를 만드는가?”,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가, 인물이 시대를 만드는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 가우탐 무쿤다는 이 고전적인 논쟁의 해답을 찾던 중 지도자 직책의 중요성과 역사의 상관관계라는 논쟁의 전제를 뒤집어 딱 그 사람이, 딱 그 위치에서, 딱 맞는 시점에 등장해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이런 생각은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 과학자들이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카를 마르크스와 플라톤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반박하는 대담한 것이다. 저자는 지도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통념을 깨는 자신의 방법론을 검증하기 위해 정치, 비즈니스, 군사 분야의 지도자 여러 명을 분석하여 그들을 여과형 지도자와 비여과형 지도자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최악의 지도자를 위대한 지도자로 만드는 지도자 선출의 법칙
여과형 지도자는 낮은 직책을 거쳐 권력을 잡기까지 철저히 평가된 인물이다. 그들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오랜 경력을 쌓았고, 그 기간 중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조직으로부터 지속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이는 곧 지도자가 능력을 검증받은 엘리트임을 반증하는 것이지만 독특한 장점이 없고,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 유형에 속한 인물로는 토머스 제퍼슨, 잭 웰치, 영국 수상 네빌 체임벌린 등이 있다.
미국 독립 선언문의 뼈대를 작성한 건국의 아버지 토머슨 제퍼슨은 하원 의원, 주지사, 국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대통령 재임 중에는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주를 매입하여 미국의 영토를 두 배로 늘린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무쿤다의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성과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제퍼슨을 대체할 만한 다른 후보자라면 누구나 이룩할 수 있는 공적이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GE의 CEO 잭 웰치가 20세기의 최고의 경영자로 손꼽히는 이유 또한 GE라는 철저한 조직이 세심한 평가와 선택을 거쳐 경영자로서 최고의 성과를 보여줄 만한 인물을 선택한 덕분에 나타난 결과이다. 반면 여과형 지도자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심각한 한계를 보이며 큰 실패를 경험한다. 엄청난 경력을 가진 영국 네빌 체임벌린은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수상직에 오르지만 나치 독일과 맞서야 했을 때 그릇된 판단을 내려 영국을 위기에 빠뜨렸다. 이렇듯 여과형 지도자는 매우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지만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을 때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비여과형 지도자는 체계 밖에서 혜성같이 출현한다. 그들은 선출된 지도자가 사망하거나 조직이 정상적인 기능을 잃을 때, 또는 위험을 감수하더라고 승리를 쟁취해야 할 때 조직을 구할 다크호스로 등장한다. 조직은 경력이 짧은 이들을 평가할 만한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이들의 행동 방식을 알지 못한 채 지도자로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비여과형 지도자들은 다른 지도자들이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시도하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들을 실행하기도 한다. 이례적인 면모를 보이고, 독특한 성향이 있는 이들은 극적으로 체계를 바꿀 수 있고 정책 선택과 시행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기복이 심하고 일 처리가 서투르기도 하다. 혁신과 일탈, 모험으로 대변되는 비여과형 지도자들은 조직을 파멸시킬 수도, 대대적인 성공으로 이끌 수도 있다. 이 유형에 속한 인물로는 우드로 윌슨, 링컨, 처칠, 오바마 등이 있다.
처칠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수상이 될 수 없었던 인물로 정치 경험도 많고 재능도 풍부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과 호전성, 고집 등으로 수많은 실패와 적을 만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랫동안 의회에서 배척받았지만 영국이 히틀러라는 초유의 위기와 맞닥뜨리자 그를 대적할 만한 유일한 와일드카드로 급부상했다. 이때에는 치명적인 결점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미덕으로 작용해 히틀러와 맞설 수 있었다. 반면 선빔(Sunbeam)사의 CEO 앨버트 던랩은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비여과형 지도자를 선택했을 때 조직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완벽한 예시다.
무쿤다는 비여과형 지도자의 특징이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진정으로 위대한 지도자는 비여과형 지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 실례로 링컨은 자신감과 겸손함을 갖춘 궁극의 지도자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여겨지는 그는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인성과 수완을 발휘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또한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립하여 분열하고 있을 때 노예제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 남다른 정치적 수완, 전쟁 지휘 능력 등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책에서 무쿤다는 제퍼슨, 링컨, 처칠 등 정치적 인물뿐 아니라 금융 위기를 뚫고 은행을 살린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 암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주다 포크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역사적인 인물을 소개하며 그들이 어떻게 권력을 획득했으며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으로 어떻게 조직을 구하거나 망쳤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는지를 보여 준다.
저자는 지도자 개개인의 행보와 영향력을 탁월한 통찰로 분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제시하는 지도자 여과 이론(Leader Filtration Theory, LFT)을 통해 최고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방법과 선택의 과정과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전한다. 책의 말미에는 차기 지도자 선택을 도와줄 6가지 지침을 소개하고, 그다음으로 지침의 활용 방법 등을 알려 준다. 이 유용한 지침을 이용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민, 차기 CEO를 선택하는 중역, 자기 계발을 추구하는 지도자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규모가 크고 힘이 센 조직의 촉망받는 지도자들 대부분은 오랜 기간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미군 장성들은 근무 경력이 수십 년에 육박한다. 공기업의 CEO들은 공직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력 없이 지도자가 된 후보자는 다른 이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장점이 있을 수도, 상당한 위험을 지닐 수도 있으며, 이러한 두 가지 면모를 모두 갖출 수도 있다. 이러한 특색은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남다른 카리스마일 수도 있고, 좋은 집안 배경일 수도 있고,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명성일 수도 있다. 어떤 유형의 특색이건, 이러한 특색은 후보자들뿐 아니라 다른 승리자로부터 이들을 분명히 구분 짓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후보자는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이며, 최극단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제1장 <영향력이 높은 지도자들> 중에서
나는 지도자 여과 이론을 개발하면서, 모든 미국인 가운데 링컨이 가장 핵심적인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지도자 여과 이론이 링컨에 대해 뭔가 새로운 분석을 제시할 수 있다면, 지도자를 이해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과정과 공직을 맡을 당시의 행동을 연구해 보면, 그의 인생이 지도자 여과 이론과 거의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 제4장 <“우리들 중 최고야”: 링컨과 남북 전쟁> 중에서
네빌 체임벌린은 처칠이 존경받는 만큼 매도되고 있으며, 보통 아돌프 히틀러의 노리개로 기억된다. 체임벌린을 어떻게 평가하든, 어떠한 대체 후보자도 그보다 더 나았을 것 같지는 않다. 체임벌린의 접근 방식은 잘못되었으나, 엄청난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상당한 수완으로 대처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는 특별한 지도력을 요하는 상황과 마주 섰고, 이러한 요청에 부응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실패는 무능 때문도, 악의 때문도 아니었다. 체임벌린은 단지 히틀러가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뿐이었다.
- 제6장 <“제가 믿어 왔던 모든 것들이 산산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체임벌린과 유화책>중에서
지도자 여과 이론은 최고의 지도자와 최악의 지도자가 어디에서 등장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뿐 아니라 최고의 지도자와 최악의 지도자는 매우 비슷해 보이며, 최고의 지도자를 얻는 과정은 최악의 지도자를 얻는 과정과 본질상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렇게 보면 LFT가 우리에게 별 도움을 줄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하건 최악의 지도자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거나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이익이 있다면 도박을 감행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한 경우 LFT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당신을 도와줄 수 있다. 첫째, 최극단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둘째,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최극단 지도자를 얻게 될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 제9장 <지도력이 초래하는 성공과 비극> 중에서
저자
가우탐 무쿤다
하버드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한 이후 MIT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부의 교수로, 조직의 행위와 성과라는 관점에서 지도자가 담당하는 역할, 기술적 변화가 제시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 함의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그는 미국국립과학재단 산하 합성생물공학연구센터(NSF SynBERC)의 조사위원이며, MIT 안보학 프로그램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s Security Studies Program의 연구위원이다. 그의 연구는 『안보학Security Studies』, 『정치와 생명과학Politics and the Life Sciences』, 『파라미터Parameters』, 『시스템과 합성생물학Systems and Synthetic Biology』,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다양한 잡지에 실렸다.
역자
박지훈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회사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금융 전문가로 일하면서 출판 및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및 번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세상의 과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인간이 만든 빛의 세계사』, 『인디스펜서블』, 『왜 그런 사람과 결혼할까?』, 『사이코지오그래피』(전 2권), 『패닉에서 벗어나기』, 『밀가루만 끊어도 100가지 병을 막을 수 있다』, 『아주 중요한 거짓말』, 『50인의 인물로 보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 『누가 더 끝까지 해내는가』가 있으며, 다큐멘터리 <에이즈 가설의 저편 너머>, <하우스 오브 넘버스>의 번역을 담당했다